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사진=김창현 기자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65)이 “우리나라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2개의 강력한 태풍 ‘링링(13호)’과 ‘타파(17호)’는 곧 한반도 내륙 지역으로 얼마든 ‘괴물 태풍’이 휩쓸고 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며 이같이 예측했다.
이달초 발생한 ‘링링’은 흑산면 가거도에서 초속 52.5m(시속 189㎞)의 바람이 관찰됐다. 이어 두 번째로 강타한 '타파'는 제주 산간에 최고 780mm의 물 폭탄을 쏟아부었다.
반 센터장에 따르면 과거 태풍이 북상하면 일본 오키나와 근처에서 급격히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강도를 어느 정도 유지한 채 한반도로 접근한다. 또 오랜 시간 머물며 많은 양의 비를 뿌리고 있다. 반 센터장 그 변화 요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기후변화로 태풍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 더 크게 발달할 조건 등이 갖춰진거죠.” 즉, 기후변화가 과거와 달리 태풍이 더 많은 에너지를 얻으며 한반도로 북상할 수 있는 환경 조건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슈퍼태풍 가능성과 함께 내년엔 더 높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겁니다. 최근 연구를 보면 화산폭발·지진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봐요. 세계적 빅그룹들은 민첩하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경영을 바꿔나가고 있죠. 그런데 우리는 미세먼지엔 난리를 치면서 정작 기후변화엔 무감각합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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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정보는 기상청을 통해 누구나 공짜로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민간 기상업체는 왜 필요할까. 같은 기상 데이터라도 이를 분석하는 스킬은 다를 수 있다. 반 센터장에 따르면 데이터를 분석·판단하는 예보관들의 전문력, 그들 말로 ‘촉’에 따라 기상예보는 확연히 달라진다.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기상청이 제공하는 날씨 예보가 각기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날씨는 만년이 지나도 단 하루도 똑같은 날씨가 없어요.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도 예보가 간혹 틀리죠. 그 자료를 해석하고 예보를 내놓는 일은 오롯이 인간의 몫입니다. 저희 회사에 6명의 예보관이 있는 데 이들도 비가 온다 안 온다, 언제 온다, 얼마나 온다 등의 분석이 서로 달라요. 수만 가지 자료, 서로 다른 예보관의 주장을 바탕으로 최종 결정은 제가 하죠. 정확한 예보의 비결이라면 AI보다 뛰어난 ‘육감’(웃음) 아닐까요.”
날씨는 기업 경영에도 적잖은 변수다. 케이웨더는 고급 날씨 정보를 기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올 겨울, 역대 가장 춥다.” 반 센터장은 지난 8월 국내 한 대형의류업체 J사에 넘긴 기상예측자료에 이렇게 썼다. 다만, 그 시작이 11월부터인지, 12~1월 사이인지, 2월인지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영업비밀로 남겨뒀다. 맹추위의 시작월이 11월이면 해당년도 영업은 ‘대박’, 2월이면 ‘쪽박’이다. 평창동계올림픽 패딩이 대히트를 기록한 그해 겨울도 11월에 강추위가 엄습했다. “옷은 1월 중순 이후 무진장 추워봐야 소용없어요. 11월에 바짝 추워야 의류기업들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수 있습니다.”
제빵업체도 날씨 정보로 돈을 번다. 제빵계는 주로 2~3일내 예보를 필요로 한다. “날씨에 따라 팔리는 빵 종류가 다르니까요. 이를테면 비가 오면 주로 ‘피자빵’이 잘 나가죠.” 이번 여름과 가을로 넘어온 최근까지, 비가 오락가락했다. 국내 P사는 지난 여름 케이웨더가 제공한 날씨정보 덕에 빵 재고관리 부담을 덜었다고 한다.
예보에서 AI 못지 않은 인간의 통찰력을 강조한 반 센터장이지만, 그도 결국 훗날 AI에게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별도의 전제를 붙이고 말이다. “앞으로 AI에 의존하는 예보시스템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기상청이 사라지지 않겠냐고 묻는데,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AI에게 없는 인감의 감각, 그것은 빅데이터로 이뤄낼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AI의 예보와 사람의 예보가 조합을 이룬다면 더 정확한 예보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