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한다고? 어차피 상원서 부결될 걸"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9.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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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美하원의장 "트럼프 탄핵조사 개시"…탄핵안, 공화당 다수인 상원 문턱 넘기 힘들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탄핵론'이 결국 현실이 됐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무역전쟁과 미·이란 갈등에 이어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증시를 짓누르게 됐다.

미국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캘리포니아)은 24일(현지시간) 민주당 의원들과의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개시할 것"이라며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유력 대권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을 조사하도록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다는 권한남용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7월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와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군사원조를 미끼삼아 이 같은 압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이 의혹은 한 정보당국자의 내부고발로 불거졌다.



펠로시 의장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선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에도 탄핵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사건이 불거진 뒤엔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이날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캘리포니아)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폭로한 내부고발자가 이번주 증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프 위원장은 트위터에서 내부고발자의 변호사가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장(DNI) 대행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4억달러(약 4800억원)를 원조하려다 보류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으나 원조를 수사에 대한 대가로 활용하진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을 전격 공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현재 나라를 대표해 유엔에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이 담긴 온전하고, 기밀이 해제되고, 수정되지 않은 녹취록을 내일 공개하는 것을 승인했다"며 "여러분은 이 통화가 아주 친근하고 완전히 적절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퇴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에서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은 하원에서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가결돼야 한다. 이후 상원에서 탄핵 재판을 벌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확정된다. 이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현재 미 하원은 야당인 민주당이 과반을 장악하고 있지만 상원은 여당인 공화당이 51석, 민주당이 47석, 무소속이 2석으로 공화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사례는 없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하원의 탄핵 표결을 앞두고 스스로 퇴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르윈스키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되며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미국 정치분석가 크리스 크로이거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하원이 탄핵안을 가결하고, 상원이 부결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에 따른 불확실성 탓에 약세를 보였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2.22포인트(0.53%) 떨어진 2만6807.7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25.18포인트(0.84%) 내린 2966.60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18.84포인트(1.46%) 급락하며 7993.63에 마감했다.

블리클리 자문그룹의 피터 브룩바 최고투자책임자는 "지금까지 나는 정치적 이슈는 증시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 탄핵 이슈가 현실이 됐고,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R.W.바이어드의 윌리 델위치 전략가는 "대통령 탄핵이 증시의 핵심 변수"라며 "이미 미중 무역전쟁으로 높아진 불확실성이 탄핵 문제로 더욱 커지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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