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산데…문신해도 괜찮을까요?"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9.2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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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불편러 박기자]타투 인구 100만 시대에도 여전히 불편한 시선

편집자주 출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잠들기 전 눌러본 SNS에서…. 당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상 속 불편한 이야기들, 프로불편러 박기자가 매주 일요일 전해드립니다.

"간호산데…문신해도 괜찮을까요?"




#간호학과 학생인 A씨는 요즘 '타투'(Tatoo·문신) 때문에 고민이 많다. 실습을 앞둔 A씨에게 지도교수가 "타투를 지우라"고 요구했기 때문. 일단 알겠다며 얼버무렸지만, 버텨볼 생각이다. 타투를 지우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고,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타투가 직접적인 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굳이 지워야 하나 싶기도 하다.






"간호산데…문신해도 괜찮을까요?"
타투 인구 100만 시대. 최근 대중화 바람을 탄 타투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됐다. 연예인,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대학생과 직장인도 크고 작은 타투를 몸에 새기고 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타투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타인에게 위화감과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타투가 과거 조직폭력배나 일본 야쿠자나의 상징물로 여겨지면서 각인된 부정적 인식이 아직 남아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타투 새기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문신이 옮는 병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 vs "솔직히 보기 안 좋다"
최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간호사의 타투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간호학과 4학년 학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얼마 전 한 지역 '대신 전해드립니다' 사이트에 '애들 예방접종 맞추는데 간호사분 팔에 꽃 문신이 버젓이 있었다. 사실 보기가 좀 그랬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보자마자 사람들의 인식이 궁금했다"며 의견을 물었다.

이 글에는 1000개 넘는 댓글이 달리며 누리꾼들의 논쟁이 이어졌다. 간호학과 학생과 현직 간호사들 사이에선 "문제없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지만, "환자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간호학과 학생 A씨는 "인식차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타투는 사생활 영역이다. 간호사가 타투를 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다. 간호사에게 환자의 자유와 사생활을 지키라고 가르치면서 왜 간호사의 자유와 사생활은 지켜주지 않는 거냐"고 꼬집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직 간호사 B씨는 "7년간 간호사로 일하면서 타투가 있어서 지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타투했다고 정맥주사 못 놓고 차트 못 보는 거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반면 직장인 C씨는 "의사든 간호사든 타투하고 있으면 보기 안 좋은 게 사실이다. 내가 '꼰대'인가 싶기도 하지만, 간호사도 직장인이고 의료인인데 타투를 몸에 새기는 건 별로인 것 같다"며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직장인 D씨도 "내가 본 교사, 의사, 간호사 중 타투한 사람을 본 적 없다. 타투 새겼다고 다 '불량아'는 아니지만 '불량아'는 다 타투를 새겼다는 말이 있다. 간호사가 타투가 있다면 일단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호학과 학생 E씨는 "이런 부정적 인식이 많다 보니 타투하는 게 무척 조심스러워진다. '팔에 잉어를 크게 새길 것도 아닌데 괜찮겠지' 싶다가도 나중에 문제가 될까 싶어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업군 불문하고 여전한 '타투 혐오'…"잘못된 사회인식 개선돼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나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의사, 간호사 등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이들은 타투에 대한 고민이 깊다. 경찰이나 군인 등 직업은 타투가 아예 채용 '불합격 사유'가 되기도 한다. 2014년부터 3년간 문신 탓에 경찰 채용시험에 떨어진 사례만 15건에 이른다.

등 부위에 레터링 타투가 있다는 교사 F씨는 "교육자의 자질과 타투는 별개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라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며 "처음엔 발목에 하려고 했지만 학부모와 아이들을 고려해 안 보이는 등 쪽에 타투를 새겼다"고 전했다.

직업군을 불문하고 아직까진 직장인의 문신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80명에게 '직장인의 문신'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직장인의 문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직장인의 문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는 '외부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에'라는 답변이 62.6%로 1위를 차지했다. '사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어서'(36.1%)와 '개인의 직장 생활에 지장을 줄까봐'(1.3%)라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회사 같은 보수적인 조직에서는 타투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한 것 같다"며 "타투가 신뢰감을 떨어트린다거나 위화감을 조성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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