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지분 전량 매각한 HDC, 14년 투자해 '800억' 차익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9.2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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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평단가 6598원→23일 종가 7만7800원 11.8배 상승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삼양식품 (302,500원 ▲7,000 +2.37%) 2대 주주 HDC (8,500원 ▼270 -3.08%)가 삼양식품에 투자한 지 14년 만에 지분 전량을 매도했다. 이 기간 삼양식품 주가는 10배 이상 뛰었고, HDC는 800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HDC가 매각 자금을 아시아나 인수전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HDC는 삼양식품 주식 127만9890주 전량을 947억1186만원에 처분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처분 목적에 대해 "신규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와 비계열지분 처분 통한 지주체계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HDC가 갖고 있던 삼양식품 지분 전량은 미래에셋대우가 매입한다.



HDC의 삼양식품 지분율은 16.99%로, 삼양내츄럴스 및 특수관계자(47.22%)에 이은 2대 주주였다. 삼양식품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2005년 백기사로 나서면서 지분을 일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시를 살펴보면, HDC는 2005년 1월10~11일 장외매수 방식으로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으로부터 주식 167만4610주(지분 26.76%)를 사들였다. 평균 매입단가는 6598원으로 총 매입금액은 110억4934만원이었다. 주식 매입 이후 몇 번의 지분 매각을 거쳐 지분율은 17%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2대 주주 자리는 유지했다.



삼양식품 주가는 14년 동안 10배 이상 뛰었다. 이날 종가는 7만7800원으로 14년 전 HDC의 평균 매입단가보다 11.8배 상승했다. 14년 전 매입금액과 이날 처분 단가를 단순 비교하면 시세 차익만 800억원이 넘는다.

HDC가 삼양식품 지분을 전략 매각한 것은 비리를 저지른 현 경영진에 대한 견제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DC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으로 금고 이상 실형을 받은 자는 경영에 나설 수 없도록 정관 변경을 제안했다.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에 밀려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고, 전 회장은 여전히 등기임원으로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자금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삼양식품 지분 매각 금액은 '조'단위로 추정되는 아시아나항공 가격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자금을 모아 타 경쟁 입찰자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차원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HDC 관계자는 "지주사로서 신규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일 뿐 아시아나 인수자금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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