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촉진 말하지않은 文, 북미협상 전략 변했나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9.09.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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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지지와 지원할 것..역할 무엇이든 모든것 다해" 언급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09.16.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photo1006@newsis.com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09.16.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우리 정부의 역할을 언급하며 중재나 촉진을 말하지 않았다. 북미 협상에 임하는 태세에 미묘한 변화가 있고 이걸 미국, 북한 등에게 알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16일, 4주만에 가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곧 북미 실무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를 적극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한미정상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주목되는 것은 지지와 지원이란 표현이다. 서포터(supporter)나, 제 2선에 머무르겠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문 대통령이 나서서 "중재자" "촉진자"를 말한 것은 드물다. 국제사회나 미국 등 주변국의 평가였다. 그러나 청와대 등 문 대통령 주변에서 그런 표현을 해왔다. 북한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전까지 한국정부의 중재 역할에 기대를 건 걸로 보인다.

지난해 9.19 평양 공동선언에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 가능성을 명시했다. 북한은 그동안 비핵화 협상을 북미간 문제로 봤는데 남북 합의에 담았다는 것이 당시에도 눈에 띄었다. 우리 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문 대통령도 이런 위상을 의식한 언급을 했다. 6월 북유럽 순방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사전부터 이번에 친서가 전달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전달을 받았다는 사실도 미국으로부터 통보받고 대체적인 내용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비춰 수보회의 언급은 북미협상 상황과 북한의 태도변화를 파악한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중재보다는 미국과 직거래를 셈법으로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톱다운은 물론, 사전에 치밀한 실무협상을 하는 쪽이다. '우리가 중재하겠다'고 한국이 공개표명하기보다는 물밑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게 북미 협상의 불씨를 다시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문 대통령이 판단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그 역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평화경제로 공동 번영의 미래를 당당하게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역할을 무엇으로 규정하든,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표에 맞춰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네이밍(명칭)에 연연하지 않고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는 게 문 대통령 지론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22일, 백악관에서 '중재자' 역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를 하는 입장이라기보다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미국과 함께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답했다. 당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진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고 1일 보도했다. 2019.07.0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고 1일 보도했다. 2019.07.01.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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