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트릭은 16일 전사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1500억원 규모의 자산매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을 통해 마련되는 약 3000억원은 주로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되며, 일부는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이를 통해 부채 비율을 100%대로 낮춰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주력 조선 계열사 현대중공업은 현대일렉트릭 울산공장 선실공장 부지를 매입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해당 공장을 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건설기계는 용인 연구소 부지를 매입하기로 한 상태다.
그룹 계열사 전체가 나선 까닭은 현대일렉트릭이 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되며 자립한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전력공급 전 단계에 필요한 변압기, 차단기, 회전기, 배전반 등을 제조·공급하는 회사다. 선박과 플랜트 등 산업에 전장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어하는 솔루션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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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분할 후 현대일렉트릭은 업황 악화에 반덤핑 관세 타격까지 받고 지난해 연간 100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올해 상황은 더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11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폭이 4배 이상 커졌다. 이 때문에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올해 정기 신용평가에서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이 회사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뚜렷한 실적 반등 계기도 보이지 않는다. 수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중동 시장이 유가 변동성 탓에 고전 중이다. 국내에서는 주요 고객인 한전이 적자 지속으로 신규 투자를 줄이고 있다.
정명림 현대일렉트릭 대표는 "대표이사 취임 이후 지난 1년 동안 가능한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국내·외적 시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고강도 자구계획을 추진하게 됐다"며 "2020년부터는 안정적인 흑자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주와 종업원들에게 희망을 주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