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유전 공격…美 "이란 소행, 드론 아닌 미사일"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9.16 10:43
글자크기

美 고위 당국자 "발사된 곳 남쪽 예멘 아닌 북서쪽의 이란·이라크"

14일 사우디 석유시설 두 곳이 공격당해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로이터.14일 사우디 석유시설 두 곳이 공격당해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로이터.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석유시설 두 곳이 최근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미국이 이란에 책임을 묻고 있다. 친이란 예멘 반군이 보낸 무인기(드론)가 아니라 이란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시설을 타격했다는 입장이다.

16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란이 지난 14일 발생한 공격의 배후이며 그 공격 수단은 순항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14일 사우디 동부 해안에 위치한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석유시설 두 곳이 공격당해 화재가 발생했다. 공격 직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예멘 반군은 자신들이 드론 10대를 동원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 당국자는 "이란이 (공격의) 배후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어떤 관점에서 (증거를) 봐도 이란 말고는 후보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공격으로 총 19 곳의 탄착점(미사일 충돌 지점)이 형성됐다"면서 "순항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증거가 나왔으며, (미사일이) 발사된 곳은 남쪽의 예멘이 아니라 북서쪽의 이란과 이라크 쪽"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공격을 주도했다는 후티 반군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미국은 지난 5월에도 후티 반군이 배후를 자처한 사우디 송유관 드론 공격 사건에 대해서도 반군의 주장을 일축하며 이란 책임론을 거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들도 공개적으로 이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14일 트위터를 통해 "예멘 반군이 이 공격을 수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이란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전례 없는 공격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날 "이란 정권은 세계 에너지 공급에 필수적인 민간 지역과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즉각 혐의를 부인했다. 이란의 외무부 대변인 아바스 무사비는 미국의 비판에 대해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일축했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가운데 나왔다. 콘웨이 고문은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만남 성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착상태에 빠진 중동의 군사갈등이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기도 전에 재차 고조된 것이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14일 "미국이 이란의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고려해야할 때가 왔다"면서 "이란은 실질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 한 잘못된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을 제안했다. 후티 반군도 사우디가 반군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한 이같은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이란혁명군의 한 고위 사령관은 이날 "이란은 전면전을 치를 준비가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