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전문가들은 WTO 제소 자체에 대해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인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WTO에 일본을 제소한 것 자체가 우리에게 적절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양자협의가 최소 60일 동안 진행되는데 일본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을 맡은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WTO 제소를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분쟁해결 절차를 고려할 때) 실익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정부도 이를 알지만 일본 수출규제가 자유무역 원칙을 위반한 조치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받고 싶어 제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천기 위원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의 경우 1조(최혜국대우), 11조(수출물량제한금지)가 강력한 의무조항인데 일본이 이를 위반했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일본은 지난달 간헐적 수출허가를 내세워 협정 위반이 없을 거라고 반박할 텐데 기업들과 증거를 모아 법리와 사실관계를 잘 엮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일부 대응전략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나왔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한 이후 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수출통제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우리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맞제외하는 문제는 주의해야 한다”며 “수출규제와 관련 WTO에서 우위를 지키는 게 중요한 시점에서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한 추가 제소 가능성 등에) 결론을 내기 전에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지 않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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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WTO 분쟁해결 절차를 진행하되 정치·외교적 갈등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과 산업통상 당국의 접근 방식은 달라야 한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기업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일본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정치·외교적 채널을 시급히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인수 교수는 “연말 WTO 상소기구 무력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최종결론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경제적 실익도 중요한 만큼 강경일변도로만 가지 말고 물밑협상 등으로 구체적 수출규제 조치가 서로 가시화 하지 않도록 막을 방법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