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유럽 심장부 강타 韓가전..IFA 한일전도 '완승'

머니투데이 베를린(독일)=박소연 기자 2019.09.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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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도 못막은 韓기술]②[르포]"日, 혁신성·트렌드 주도 측면서 밀려"

편집자주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 이후 '극일(克日)'은 산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에 속도가 붙고 있는 한편 일찌감치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우리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압도적인 가전·IT 기술력을 앞세워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삼성·LG 사례를 통해 일본 공략의 해법을 모색해봤다.

IFA 2019가 열린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 내 삼성전자 전시관 /사진=박소연 기자IFA 2019가 열린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 내 삼성전자 전시관 /사진=박소연 기자


"이제 가전분야에서 일본 브랜드들의 혁신을 찾아보긴 어려운 것 같다."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를 찾은 독일의 한 유통업체 임원은 한국과 일본의 IT(정보기술) 업체 부스를 돌아본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업체들이 미래 트렌드를 끌어가는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올해 IFA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 열린 만큼 한일 업체간 기술 경쟁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의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LG전자 (90,800원 ▲200 +0.22%)가 글로벌 1·2위를 달리고 있지만 전통적 IT 강국인 일본이 숨겨둔 칼을 갈고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



실제로 일본은 IFA의 주요 부대 행사 중 하나인 'IFA 넥스트'에서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글로벌 혁신 파트너'의 첫 후원 국가로 참가하며 재도약의 의지를 다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세키 요시히로 부대신(차관급)과 니시야마 게이타 상무정보정책국장 등 정부 고위인사들도 찾아 힘을 보탰다.

IFA 2019에서 소니가 기존의 4K TV와 비교해 8K 업스케일링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IFA 2019에서 소니가 기존의 4K TV와 비교해 8K 업스케일링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하지만 이 행사는 관람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고, 별다른 의제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여기에 본행사인 전시회에서도 일본 업체들은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행사 장소인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의 남쪽 끝과 북쪽 끝에 각각 업계 최대 규모의 단독 전시관을 마련하고 최신 기술의 8K(해상도 7680×4320) TV와 올레드 TV, 갤럭시 폴드 등으로 관객몰이를 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스마트 소형 가전과 게임, 오디오 분야에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선보였으나, 글로벌 트렌드 주도와 혁신성 측면에서 한국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니는 신제품 '엑스페리아 5' 등 스마트폰과 오디오, 카메라, 디지털 이미징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TV나 가전에선 별다른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았다.

파나소닉이 IFA 2019에서 투명 OLED TV 시제품을 공개했다. /사진=박소연 기자파나소닉이 IFA 2019에서 투명 OLED TV 시제품을 공개했다. /사진=박소연 기자
파나소닉도 투명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제품을 전시해 이목을 끌었지만 더 이상의 신제품 발표는 없었다. 글로벌 TV업계가 8K 고화질 경쟁에 뛰어든 것과 달리 8K TV를 내놓지 않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파나소직 직원도 "8K TV는 인간의 눈으로 구분할 수 없는 해상도"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도시바는 8K LCD(액정표시장치) TV 시제품을 IFA에서 처음 공개했지만 출시 여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대만 홍하이그룹에 인수된 샤프도 세계 최대 크기인 120인치 8K TV만 선보인 가운데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국제 가전 전시장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게 오래됐다"며 "과거엔 몇 개라도 들여다보고 확인해볼만한 만한 아이템이 있었는데 갈수록 더 약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소니와 파나소닉의 경우 더 이상 TV가 주력이 아니고 스마트기기·소형가전에 집중하고 있어 삼성·LG전자가 지향하는 글로벌 트렌드와 노선이 다르다"며 "게임과 소형가전, 헤드폰, B2B(기업 대 기업) 솔루션에 특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IFA 2019에 마련된 LG전자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 /사진=박소연 기자IFA 2019에 마련된 LG전자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 /사진=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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