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美 목숨값 치를 것", 트럼프 "수십년 싸우고 싶나"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9.0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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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8일 예정 탈레반과 평화협상 전날 취소
미군 사망 이유… '9.11' 앞두고 여론 의식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스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스1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 탈레반이 미국 측의 평화협상 취소에 "더 많은 미국인들이 목숨값을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8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자비훌라 모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협상 취소를 두고 "이는 미국에 더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며 "미국의 신뢰가 훼손되고 사상자와 자산 소실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다음날인 8일 캠프 데이비드(대통령 전용 별장)에서 탈레반 최고지도자들 및 아프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최근 발생한 탈레반 테러를 언급하며 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테러는 지난 5일 아프간의 수도 카불 도심에서 일어난 자살폭탄 테러로, 이로 인해 미군 1명을 포함한 12명이 숨졌다. 사건 발생 후 탈레반은 배후를 자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은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살해했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이를 악화시켰을 뿐"이라며 "수십년을 더 싸우길 바라나"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폭스뉴스 선데이와 인터뷰에서 '아프간 평화협상이 죽은 것이냐'는 질문에 "당분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해 협상 중단 사실을 재확인했다.



아프간 미군 완전 철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군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대의 침입으로 시작된 아프간 전쟁은 18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4년 12월 아프간전 전투 임무 종료 이후 현재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군은 1만4000여명에 이른다. 원래 1만명만 간접지원으로 잔류했으나 트럼프 취임 후 4000명이 증파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아프간 미군 철수 방침을 밝힌 뒤 그해 12월부터 잘메이 할릴자드 미국 아프간 특사는 탈레반 지도부와 카타르에서 평화협상을 진행해왔다. 지난 2일 할릴자드 특사는 9차례 회담 끝에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하는 무장단체에 기지를 허용하지 않는 대가로 향후 20주 안에 미군 5400명 병력을 철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만 남아 있었으나 협상 취소로 지켜지기 어렵게 됐다.

할릴자드 특사가 합의 내용을 발표한 2일에도 탈레반은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해 최소 16명이 숨지고 119명이 다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협상 중단은 9.11 테러를 불과 며칠 앞두고 탈레반 지도부와 협상한다는 점을 두고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것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은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인 3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알카에다의 9.11 테러 이후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지도자들이 모인 장소"라며 "당시 알카에다를 지원했던 탈레반의 어떤 누구도 그곳에 절대 발을 들여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덤 킨징거 공화당 하원의원 역시 트위터를 통해 "9.11 같은 테러를 포기하지 않고 악행을 계속하는 테러조직 지도부가 우리의 위대한 나라에 들어오는 것이 허용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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