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수소충전소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그동안 양재 수소충전소는 극심한 집중 현상을 보였다. 당초 연구용으로 지어져 충전비가 무료(지역 충전소는 kg당 8000원 안팎)인데다, 인천·경기에 수소충전소가 없다 보니 수도권 이용자까지 한꺼번에 몰려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주말에는 3~4시간 대기하기 일쑤였다. 국회 충전소를 시작으로 충전소가 속속 열면 수요가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에 이어 올해 안에 계획대로 강동구 상일동 충전소가 추가 건립되면 서울 동(상일)·서(여의도)·남(양재)·북(상암)에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전용차로 도입한 넥쏘도 국회나 상암 충전소를 이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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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 수소충전소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달 부산 사상구(H 부산)와 이번 국회에 이어 현재 공사 중인 인천 남동, 서울 강동까지 계속 도심형 충전소가 이어질 예정이다. 과거 도심 외곽지에 주로 건설됐지만, 점차 수소전기차 이용자가 늘어나고 입지 규제가 완화하면서 도심에 충전소가 세워져 편리하고 가깝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최근 수소충전소와 관련한 안전 문제가 불거져 인근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도심형 충전소 과제로 꼽힌다.
부산 사상구 도심형 수소충전소(H 부산)/사진제공=현대차
한편 여의도까지 포함해 전국에서 운영되는 수소충전소는 28곳이다. 현재 건립예산이 확보된 충전소도 총 111곳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수소 충전소 구축이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 중"이라며 "지난해 14개였던 전국 충전소가 오는 2022년에는 310개, 2040년에는 1200개 이상으로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장시복 기자
문화재에 서고, 민원에 막혀도…수소충전 인프라 속도낸다규제·민원으로 도심 건립 어려워 "보조금 지원, 안전홍보 필요"
하지만 충전소 건립은 무산됐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청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산구청의 반려 이유는 "원효로 부지 인근에 어린이집이 있어 현행 법상 어렵다"는 것이었다.
10일 국회 수소충전소 오픈을 계기로 '도심형 수소충전소'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일단 마땅한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고, 가까스로 찾아내도 어떤 돌발 변수가 등장할 지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도심지는 높은 땅값으로 건립·운영 비용이 외곽에 비해 훨씬 많이 든다.
이 모든 벽을 넘더라도 주민의 반발이라는 큰 산을 마주하게 된다. 민원이 심할 경우 착공에 들어가도 완공은 장담할 수 없다. 도심형 수소충전소 입지 선정은 '해변에서 바늘 찾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업계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엮일 경우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수소충전소는 예외적 존재다. '최상급지' 도심에 있지만 규제 혁신 상징성 때문에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실증 특례) 대상이 됐고, 국회도 수소 경제를 위해 부지 활용에 적극 협조했다. 또 주변이 대부분 상업시설(대형 빌딩)이어서 거주자 반발도 없었다. 운영 비용 부담도 대기업(현대차 등)이 감당했다.
그러나 대다수 도심형 충전소는 이 같은 여건을 갖추기 힘들다. 국회와 함께 규제 샌드박스 대상에 올랐던 현대차 계동 사옥 부지는 막판에 문화재(서울 관상감 관천대) 보호를 이유로 관계 기관 인·허가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때문에 도심형 충전소 활성화를 위한 운영 보조금 지원과 정책 금융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임재준 하이넷(수소에너지네트워크) 부사장은 "상업 운영 중인 충전소 운영비가 연간 2억원 정도가 든다"며 "도심형 민간 충전소 자립을 위해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소 안전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 도심 친화형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수소는 밀도가 낮고 가벼워 공기 중에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폭발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게 학계 설명이다. 이승훈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사무총장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충전소 건립시 3단계로 검사를 하는데 선진국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장시복 기자
수소차 오너들 '집단지성'으로 충전정보 찾아'넥쏘 밥집' 카톡방서 실시간 전국 수소충전 상황 공유
'넥쏘 밥집'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메인화면/사진제공=넥쏘밥집 캡처
'넥쏘 밥집'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https://pf.kakao.com/_GCDJT)에서 무전기처럼 수시로 울리는 메시지다. 1000여 명이 전국 각지의 수소충전소에서 실시간으로 충전과 대기 현황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모바일 시대 강점을 살려 시민들의 자발적인 '집단 지성'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아직은 척박한 수소 인프라 현실에서 사용자 스스로가 찾은 방안이다.
수소전기차 '넥쏘' 소유자뿐 아니라 충전소 직원들도 함께 가입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벌써 올 추석 연휴의 충전소 운영 계획 정보까지 안내되고 있다.
넥쏘 밥집은 한 유통사 직원의 고객 지향형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백화점 직원이자 넥쏘밥집 관리자(주방장)인 김길호씨는 "올 초 넥쏘를 구입했는데 충전소가 갑자기 고장 나거나, 대기자가 밀려 헛걸음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잠시 짬을 내 상황을 알리면 좋을 것 같아 채팅방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충전소가 많은 울산·창원과, 그 외 지역을 나눠 편리성을 도모했다.
넥쏘 동호회 '넥쏘 카페'(https://cafe.naver.com/nexocafe)의 매니저 정응재씨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국 수소충전소 지도 파일을 직접 만들어 보급했다.
전국 수소충전소 실시간 현황(넥쏘밥집)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사진제공=카카오톡
한편 일부 대기업들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실시간 수소충전소 현황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중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충전소 위치와 현황, 운영시간, 대기시간 등 수소전기차 이용자가 충전소에 대해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소전기차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전국 수소충전소 현황도/사진제공=넥쏘카페 정응재 동호회장
수소충전소, 주유소만큼 안전해노르웨이 충전소 화재는 '인적 오류' 탓…11월 안전설비 인증 의무화
대표적으로 지난 6월 10일 노르웨이에서 수소충전소 화재 사고가 발생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해당 충전소 운영사인 '넬'(Nel)은 즉시 사고 파악 및 대응에 들어갔다.
이후 사고 발생 약 2주 만인 지난 6월 27일 넬은 홈페이지에 "사고의 결정적 계기가 수소에 있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넬은 "수소탱크에 있는 특정 플러그의 내부 나사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아 수소가 누출되면서 벌어진 화재 사고였다"며 "사고 배경에는 인적 오류(human error)가 있다"고 밝혔다. 넬은 관리 문제를 인정하면서, 나사 관리 절차를 강화하는 등 안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앞서 국내에선 지난 5월 24일 강원 강릉 수소'탱크'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해당 사고와 수소충전소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운영사 '넬'(Nel)이 충전소 화재사고 이후 마련한 개선방안. 검증된 플러그 솔루션 사용, 고압저장장치 조립 절차 개선, 누출 감지 향상 등이 담겼다. /사진=넬 홈페이지 캡처
이승훈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사무총장은 "수소충전소만 놓고 보면 전 세계적으로 그간 '화재'는 일부 있었어도 '폭발' 사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도 수소충전소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중 경제성·편의성·안전성을 바탕으로 하는 '수소충전소 구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11월부터는 수소충전소에 설치되는 안전설비에 대한 인증이 의무화된다. 업계에선 수소충전소 입지 규제를 (현행처럼) 완화하되, 운영·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진남 경일대 신재생에너지학부 교수는 "한국의 수소충전소 안전 규정이 미국·일본 등 선진국 보다 강력한 편"이라며 "위험성 측면에선 수소충전소가 일반 주유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건희 기자
김영춘 "수소충전소는 휴대폰의 기지국, 인프라 확충해야"
수소경제포럼 대표 김영춘 의원 "가장 중요한 국산화 대상은 수소"
국회수소경제포럼 대표의원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국회수소경제포럼 대표의원인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 최초 국회 수소충전소의 오는 10일 개소식을 앞두고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김 의원이 착공식 현장에 직접 참석해 수소경제와 충전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게 불과 3개월 전이었다.
지난 5월 말 착공해 대한민국 정치·금융 중심지인 서울 여의도에 곧 문을 여는 국회 수소충전소는 국회의원들에게도 자랑거리다. 국회 경내 핵심 위치에 자리해 오가는 길마다 보면서 한국이 수소경제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을 갖는 의원들이 적잖다.
김 의원은 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국회 수소충전소가 완공되고 본격 가동한다고 하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착공식 때 석탄과 석유 기반 에너지원을 수소로 바꾸는 국가 에너지시스템의 변화가 산업 구조의 혁명적 변화로 이어져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해 낼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미 변화가 매우 빠르게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수소충전소는 정치권의 수소경제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국회수소경제포럼포럼 의원들은 최근 수소의 안전관리사업법, 수소산업육성특별법, 수소연료안전관리사업법, 수소경제법, 수소경제활성화법 등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일본 경제보복,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등 글로벌 경제 및 산업 환경 변화가 우리의 더욱 빠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요즘 원천기술 국산화가 화두인데 당장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가 주목되지만 모든 산업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며 "모든 산업의 에너지원천이 수소이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본다면 가장 중요한 국산화 대상이 수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차, 수소전지, 수소연료를 우리 기술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석유처럼 값비싼 대가를 치러서는 안된다"고 했다. 또 "화석연료 시대에 우리가 구매자나 수동적 가공자였다면 수소경제 시대에는 우리가 산유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수소경제를 주도하기 위한 글로벌 기술경쟁이 뜨거운데 우리가 선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해 수소산업을 혁신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해야 한다"며 "국회에선 수소경제포럼 의원들이 주축이 돼 수소에너지 정책을 열심히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