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시행 3년, 보험사기 더 늘었다…'왜?'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9.09.1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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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습 당한 보험업계]<3>-①앙꼬 빠진 특별법, 보험사기 제재 한계…부당 보험금 환수 등 가능하게 손봐야

편집자주 보험업계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역습'으로 초토화되고 있다. 과거에 팔았던 고금리 상품은 초저금리 시대에 부메랑이 돼 돌아왔고, 한때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실손보험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믿었던 의료기술 발달은 보험사기에 악용돼 오히려 보험금 누수의 주범이 됐다. 예상치 못했던 악재가 첩첩산중이다. 머니투데이는 3회에 걸쳐 최근 보험업계에 닥친 사상 최악의 역성장 위기와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찾아본다.

특별법 시행 3년, 보험사기 더 늘었다…'왜?'


보험사기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시행된 지 꼭 3년이 됐다. 기존에 보험사기를 저지른 사람은 그냥 일반 사기범이었지만 법 시행 이후에는 ‘보험사기범’으로 분류돼 더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됐다.

하지만 특별법이 시행되면 줄어들 것이라던 보험사기는 감소는커녕 매년 사상 최고 규모를 갈아치우며 급증하고 있다. 특별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승을 부리는 보험사기를 못 잡는 이유가 뭘까.



◇처벌 강화됐는데 적발액 8000억 육박=기존에 보험사기는 걸리지만 않으면 두둑한 보험금을 챙길 수 있고 걸려봤자 처벌이 미약해 큰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많았다.

실제로 2012년만 해도 일반 사기범은 징역형을 선고받는 비율이 46.6%인데 반해 보험과 관련한 사기범은 13.7%로 처벌이 일반사기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를 별도 범죄로 구분해 형법상 사기죄보다 엄격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요청이 받아들여져 2016년 9월 30일부터 특별법이 시행됐다.



특별법 시행으로 보험사기 처벌수위는 기존 10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아졌다. 또 보험사기를 시도하다 실패한 미수범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상습적으로 보험사기를 저질렀거나 보험사기 금액이 크면 가중처벌도 가능하다. 보험사기를 상습적으로 저지른 사람은 형량보다 50%를 가중해 처벌할 수 있다.

문제는 처벌 강화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기 적발규모는 매년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전년보다 9.3%(680억원) 증가한 7982억원으로 역대 최고금액을 기록했다. 1인당 평균 적발금액은 1010만원으로 처음으로 1000만원을 넘어섰다. 보험사기가 늘어나는 만큼 이로 인한 보험금 누수도 상당하다. 2017년 기준 민영보험에서만 1가구당 보험사기로 약 31만원이 새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특별법 시행 3년, 보험사기 더 늘었다…'왜?'
◇특별법 한계 명확 “부당 보험금 환수 등 앙꼬 채워야”=특별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기가 오히려 늘어난 이유는 바로 특별법에서 찾을 수 있다. 특별법이 보험사기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은 국회의 강한 반대를 겪으며 제정되는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조항이 삭제되기도 하고 논의 과정에서 누락돼 포함되지 못한 내용도 많다. 당초 특별법 제정 시 국회에서는 전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소비자 보호 관련 사항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3번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 과정에서 부당 보험금 환수 조항 등이 삭제됐다. 보험사기 적발시 부당하게 지급받은 보험금을 곧바로 환수해 범죄로 인한 경제적인 이득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줘야 하는데, 보험금을 환수할 수 없어 각종 소송 등을 통해 반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돈을 은닉할 가능성이 커진다.

보험사기에 연루된 보험업계 관계자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빠진 점도 ‘구멍’이 됐다. 특히 최근 들어 자동차사고 등을 이용한 개인 간 보험사기 보다 병·의원, 정비업체, GA(법인대리점), 보험설계사 등 업계 관계자가 두루 연루된 보험사기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가중 처벌할 근거가 없어 갈수록 지능화·조직화·대형화 되는 보험사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기 사례를 분석해 보면 과거에는 보험금을 노리고 보험에 가입한 후 자해를 하거나 타인을 살해한 후 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자동차보험이 보험사기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무장병원 등을 중심으로 병원장과 환자가 공모해 입원기간, 질병상태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챙기거나 손해사정사, 전직 보험설계사 등이 가담해 진단서 등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보험 사기를 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장기보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전체 보험사기의 44.6%(3561억원)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자동차보험사기 적발금액을 추월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특별법 제정의 선언적 의미에 큰 의미를 두다 보니 삭제된 조항들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별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제도적인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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