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20년' 디플레 공포…日은 어떻게 극복했나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9.0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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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금융완화·추경 등 경기 대책·규제개혁 등…소비자물가상승률 0.5~1%수준 회복…목표치(2%)엔 '미달'…대규모 적자 부담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로이터


"은행이 강력한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동안 일본 경제는 상당히 개선됐다. 물가 하락의 지속 하락이란 측면에서 일본 경제는 더이상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지 않다"(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2019.7.22)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앞서 '디플레이션(D)의 공포'를 경험했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 그 동안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통해 D의 공포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데 일본 중앙은행을 이끌고 있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의 한 심포지움에 참석해 "일본 경제는 더 이상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시작점은 1980년대 중반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85년 당시 주요 5개국(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재무장관들이 달러화 강세를 시정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플라자합의'를 도출했는데 일본은 그 반대 급부로 1980년대 후반 급격한 엔화가치 상승을 경험하게 됐다.



수출 시장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주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는데 1986~1987년 사이 일본 정책금리는 연 5%에서 2.5%까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낮아진 금리 덕에 투자자들이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주식을 사들이면서 자산 가격이 폭등하게 됐고 이 때 경기 과열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다시 금리 인상을 유도한 것이 화근이 됐다. 금융부실과 함께 자산가격 급락이 시작됐는데 자산버블의 폭락기이자 장기 불황의 시작이었다.

일본은 결국 1990년대 초, 대규모 자산버블 붕괴 이후 경제가 위축, 인프레이션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다 디플레이션 상황에까지 직면했다. 이후 15년간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대체적으로 마이너스권에서 유지됐다.


일본 은행은 1999년 제로금래 정책, 2001년 양적완화정책 등을 도입했지만 경제·물가 침체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잠재성장률이 저하된데다 충분히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실현되지 못했었기 때문이란 지적들이 나왔다. 이후 일본 경제는 2000년대 중반 잠시 회복세를 보이는듯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일본 경기는 다시 고꾸라졌다.

일본 경기가 회복세로 들어섰다고 판단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아베 신조 현 총리가 집권한 이후다. '아베노믹스'로 표현되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세웠는데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정책의 특징을 크게 무제한 금융완화(제로금리 유지 및 자산 매입), 강력한 경기 대책(대규모 추경 편성), 규제개혁(규제개혁회의 설치 등) 등으로 분석했다. 당시 매월 2조엔 규모의 장기국채 매입을 포함, 약 13조엔(약 148조9500억원) 규모의 자산매입 추진안 등을 내놨다.

아베노믹스의 실효와 부정적 효과에 대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1% 미만이긴하나 꾸준히 '플러스'를 유지중이다. 구로다 총재도 이를 근거로 지난해부터 일본 경제가 사실상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꾸준히 언급해왔다. 중앙은행의 목표치는 2% 도달이었다.

이에 반해 통화, 재정 부양 수준을 높인 터라 막대한 재정적자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GDP 대비 238%에 육박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와 관련 "과거 경험에서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자연적 이자율이 상당히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통화완화를 강화해 수용적 재정여건을 실현하고 경제활동과 물가를 자극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이작 파격적인 통화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충분히 파악치 못했지만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1.0%에 이르고 있다"며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 2% 달성을 위한 모멘텀 유지를 위해 강력한 통화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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