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측 취소 선언에도…격렬해진 홍콩 시위, 中 '부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9.0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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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경찰 또 경고사격, 1일 공항서 경찰·시위대 '대치'
中언론 "폭도" 보도… 선전에 무장경찰차 집결 보도도

/사진=로이터/사진=로이터


13주째로 접어든 홍콩 시위가 또다시 강대강으로 치달았다. 시위 주도 측의 집회 취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실탄 경고 사격도 다시 등장했다. 시위대의 방해로 홍콩국제공항으로 가는 주요 이동수단의 운행이 중단된 탓에 여행객들의 발이 묶였으며, 중국 무장경찰 차량이 선전으로 집결했다는 보도도 나와 또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일 로이터에 따르면 홍콩철로유한공사(MTR·Mass Transit Railway) 운영사는 홍콩국제공항으로의 열차 운행이 시위대의 운행 방해 위협으로 인해 중단됐다고 밝혔다. MTR은 홍콩 최대 지하철 노선이다. 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시위대는 1~2일 이틀간 도로와 철도 등 공항으로 가는 주요 길목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이날 오후 시위대는 물론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들도 속속 공항으로 모여들었다.



홍콩국제공항 주변 교통이 통제된 탓에 여행객, 항공사 승무원 등은 걸어서 공항까지 이동하는 등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위대는 이날 "공항을 방해한다면 더 많은 외국인들이 홍콩에 대한 뉴스를 읽을 것"이라며 공항 시위의 목적을 설명했고, 경찰은 성명을 통해 "분산작전을 시도할 것"이라며 "모든 시위자들은 불법 행위를 중단하고 즉시 떠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12일에도 홍콩국제공항은 시위로 인해 잠정 폐쇄된 바 있으며 운영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수백 편의 항공기가 결항되거나 지연됐다. 1000여 명의 승객들은 이로 인해 공항에 발이 묶였다.



민간인권전선은 31일~1일 예정된 집회를 하루 전에 전격 취소한 바 있다. 경찰이 주말 집회를 불허했을 뿐 아니라 무력 충돌로 인한 시위대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민간인권전선은 그동안 집회 개최를 주도해 온 홍콩 야권 단체 연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1일 최소 수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모였을 뿐만 아니라 1일에는 홍콩국제공항과 그 주변에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것이다.

31일 '기독교 행진'으로 평화롭게 시작됐던 시위는 늦은 오후로 접어들수록 점차 폭력적으로 변모했다. 특히 앞선 주에 이어 두 번째로 경찰의 실탄 경고사격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시위대 해산을 위한 살수차도 등장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쉽게 분간하기 위해 파란색 염료가 포함된 물대포를 뿌렸다. 또 '랩터스 특공대'를 지하철에 투입해 시위대를 쫓았으며 이 과정에서 4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시위대는 "우리의 자유를 구하라" "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과 같은 구호를 외친 것은 물론 중국을 '나치'에 비유한 퍼포먼스도 벌였다. 중국의 오성홍기에 새겨진 별의 위치를 변형해 나치의 상징 문양인 '스와스티카'에 빗댄 깃발을 시위대가 들고 있는 모습이 외신에도 포착됐다. 미국 대형 성조기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도 보도됐다.


한편 1일에도 전일에 이어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31일 밤 시위대가 홍콩 완차이에 있는 경찰본부 앞에서 화염병을 던져 화재가 발생하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를 "홍콩 폭도들에 의한 방화 공격"이라고 신속 보도했다. 또 이날 SCMP는 중국 관영매체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인용해 홍콩과 인접한 중국 선전 지역에 무장경찰 차량이 집결중이라고 전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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