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31일 국내 최초의 저비용항공사(LCC)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의 ATR 72-200이 승객 46명을 태우고 청주공항을 이륙했다. ATR 72-200은 프로펠러와 제트엔진이 동시 장착된 터보프롭형 항공기다. 한성항공은 이 비행기 1대로 국내 LCC 시대를 열었다.
뒤이어 2005년 제주항공 (10,840원 ▲20 +0.18%), 2007년 에어부산 (2,655원 ▲5 +0.19%)·이스타항공, 2008년 진에어 (13,520원 ▼70 -0.52%), 2015년 에어서울이 속속 출범했다. 하지만 6개사로 공고화된 안정체제는 올 들어 깨졌다. 지난 3월 정부가 플라이강원과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3개 업체를 신규 LCC로 허가하면서 총 9개사로 늘어난 것. LCC가 늘어난 만큼 갈수록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서 업계 전반에 '생존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분담률 상승은 LCC들이 비행기를 늘린 게 영향을 줬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6개 LCC의 국제선 공급 좌석 수는 1688만여 석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 증가했다. 반면 수익성은 나빠졌다. 같은 기간 탑승률은 83.6%로 3.1%포인트(p) 줄었다. LCC 공급이 확대된 만큼 수요가 따라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2006년 LCC 전체 항공기는 5대에 불과했다.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LCC들은 비행기를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LCC 항공기는 총 152대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총 85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신규 LCC들의 항공기가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오는 2022년까지 플라이강원은 9대, 에어프레미아는 7대, 에어로케이는 6대의 항공기를 도입한다. 신규 3사가 취항할 노선을 살펴보면 기존 LCC들의 노선과 큰 차이가 없다. 업계가 포화 상태인 기존 단거리 노선의 경쟁 격화를 우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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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LCC의 국제선 취항이 크게 늘어난 곳은 대구공항과 무안공항이다. 티웨이항공이 대구공항을, 제주항공이 무안공항을 거점공항으로 국제선을 대거 띄웠다. 한 LCC 노선전략 담당자는 "지방발 국제선 확대는 이미 검증된 노선들을 지방에서 취항해 수익성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방공항 여객수요는 제한적이다. 대구공항의 올 1~7월 항공기 편당 평균 승객수는 145명으로 지난해 대비 11명이 줄었다. 무안공항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무안공항의 항공기 편당 평균 승객수도 작년 대비 10명 감소했다. 기대치만큼 수요가 늘지 않으면서 지방발 국제선 노선들의 수익성도 나빠졌다.
승객이 줄자 항공권 가격 경쟁도 치열해졌다. 3만원대 국제선 편도 항공권이 나올 정도다. LCC 업계 고위관계자는 "비행거리가 짧은 LCC 항공기의 특성상 지방발 노선 확충은 불가피했다"면서도 "늘어난 노선 만큼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출혈'까지 감수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새로운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존 노선에서 벗어나 중·장거리 취항을 확대하고 차별화 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게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박도휘 삼정KPM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규 고객층을 확대하고 새 서비스에 기반한 사업 구축 노력이 요구된다"며 "부가서비스 확대, 거점공항 간의 연계상품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