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CEO? Yes, 이지혜 에임 대표(9)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배병욱 기자 2019.08.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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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가 핵심 역량 직접 가지고 있어야..." 리스크 관리 위해 창업 전 1000여명 만나...

이지혜 에임 대표/사진제공=에임이지혜 에임 대표/사진제공=에임


Q :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인가.
A : Yes(이지혜 에임 대표)

"정말 힘들다. 웬만하면 말리고 싶다."

이지혜 에임 대표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창업을 꿈꾸는데, 하지마라고?" 그만큼 각오하란 뜻이리라.



"'인생에서 5년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할 수 있다. 이것까지 후회하지 않을 각오가 섰다면 한번 해 보라."

한 가지 덧붙였다. "그대, 엄청난 아이디어를 가졌는가. 반드시 성공할 거란 신념을 주는 아이디어인가. 그렇다면 덤빌 것이다. 명심하라. 핵심 역량은 그대 본인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대표는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함께하는 이들과 제품을 만들고, 고객이 생기고, 이를 통해 사업을 일궈가는 과정이 매우 보람차다"면서 "그만큼 힘든 면도 있지만 도전과 성장을 즐기는 사람에겐 최고의 직업인 거 같다"고 말했다.

◇CEO가 되다

"어릴 적 꿈은 '발명가'였다.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고생이었던 이 대표는 1996년 가족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그의 바람대로 1999년 쿠퍼유니온대에 입학, 공학도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곡절이 좀 생겼다. 갑자기 국내로 들어오게 됐다. 2001년 서울대에 특별 입학, 경영대학을 다녔다. 이때 금융의 매력에 빠진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졸업은 2004년 쿠퍼유니온대에서 했지만, 졸업 전 뉴욕 헤지펀드 회사에 다닌 것도 이 때문이다.

'능력자'

'공학' 씨를 사랑한 그에게 '금융' 씨가 다가온 것이다. 택일? 훗날 그는 둘 다 가진다. 15년 뒤 '기술'과 '금융'을 융합하는 CEO가 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씨티그룹 자산운용에 퀀트 애널리스트로 입사했다. 한국인으로서도, 학부생으로서도 최초였다. 2006년엔 글로벌 퀀트 투자 전문 운용사인 아카디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지냈다. 회사의 지원으로 하버드 대학원에서 계량경제학 pre-PhD 특별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2011년 아카디안을 나와 다시 책을 잡는다. 2년 동안 뉴욕대 MBA 과정을 밟았다. 이때 처음으로 '창업'이 뇌리를 스쳤다. 늘 뭔가를 만들고 싶어 했던 그 욕구가 발현한 걸까.

'창업하려면 무얼 먼저 해야 할까.' 그가 선택한 건 '다양한 곳에 입사한 뒤 배우는 것'이었다. 경험이 실제 창업 시 리스크를 줄일 것으로 판단했다.

"저는 돌다리 500번 두들기는 스타일이에요.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죠. 제 전문 분야이기도 하고요. 월가에서 7~8년 동안 헤지펀드 매니저를 했으니까요."

이 대표는 한국에서 기회를 찾고 싶었다. 향수(鄕愁)가 있었던 것이다. 한국으로 오기 전 우버의 초기 투자사인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테크스타즈'에 잠시 머물렀다. 그리고 2013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하면서 서울 오피스로 오게 됐다. 17년 만의 고국이었다.

BCG에서는 고객사(대기업)들의 비즈니스 전략을 짰다. 이듬해인 2014년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창업을 위한 마지막 트레이닝이었다.

2015년. '이제 됐다' 싶었다. 인생 마지막 사표를 던졌다. 어찌된 일인가. 여전히 미심쩍었다. 끝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그래서 만난 이들이 1000여명이나 된다. 노트북 가방끈도 2번이나 끊어졌다. 제품 디자이너, 기존 창업자, 투자사, 정부 관계자, 변호사 등 각계각층에 있는 이들과 대면했다.

수많은 만남 속에서 또렷해졌다.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말이다. 자동화 자산관리 앱(애플리케이션). '해지펀드 매니저의 경험을 일반인들과 공유하자.'

이를테면 이런 앱이다. 푼돈 상관없다. 소비자 계좌에 있는 돈을 어떻게 굴릴지 알려 준다. 시장 변화에도 알아서 대응한다. 보고까지 해 준다. 소위 돈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받는 최상의 서비스다. 이걸 일반인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2015년 7월 회사를 차렸다. 녹록치 않았다. 본인 월급은커녕 직원들 급여도 개인 주머니에서 나갔다. 2017년 2월 드디어 베타 버전 앱을 론칭했다. 회사 설립 2년 만이다.

베타 앱이 나왔다고 바로 수익이 올라올 리 만무하다. 3년가량 개인 지출로 모든 걸 충당했다. 이 대표가 월급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봄께부터다. 현재까지 100만원씩 받고 있다. 자산 관리 앱 '에임'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2018년 1월 유료화됐다.

2018년 3월 50억원, 9월 100억원.
2019년 6월 230억원, 7월 350억원, 8월 현재 450억원.

고객들이 에임에 맡긴 돈(누적액)이다. 이 대표는 연내 1000억원 돌파를 기대한다. 그는 "이제 숨 좀 쉰다"고 했다.

이 대표는 CEO로서 가장 힘든 점이 '소통'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과 내가 추구하고 배웠던 리더십이 달랐다"면서 "이 차이를 좁히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식 수평 조직 문화에서 17년 동안 길들여졌다. 권위 없이 솔직히 표현하는 게 익숙했다. "정말 솔직히 얘기하거든요. 오해를 많이 샀죠. '어, 속(다른)뜻이 있는 거 아냐.' '진짜일 리 없어.' 이렇게 생각하더라고요."

"부모보다 제 판단을 더 믿는다고 하는 직원도 있어요. 하지만 관계를 맺을 때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고통스러울 때가 많아요. 죽고 싶을 만큼이요. 함께하는 이들이 내 맘을 몰라줄 때 그렇죠. 하하"

◇중기청원

스타트업이 기존 사업자들과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시장 중심적 사고로의 혁신이 필요한 영역이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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