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관 출신인 호주 국적의 작가 양헝쥔(楊恒均·53). © 로이터=뉴스1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베이징시 국가안전국이 검찰의 승인을 얻어 호주 국적인 양헝쥔을 지난 23일 간첩 범죄 혐의로 공식 체포했다"며 "이 사건은 법에 따라 계속 처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씨의 기소 소식에 호주 정부는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직 관료 출신의 작가 양헝쥔이 7개월 이상 기소 없이 혹독한 조건 하에서 중국에 억류돼 있었다"고 밝혔다. 양씨는 가족 여행차 지난 5월 중국 광저우 공항에 도착했다가 당국에 억류됐다.
이어 "정의의 기본적 기준과 절차적 공정성이 충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 7개월 간 양씨에게 변호사나 가족 접견권조차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페인 장관은 만약 양씨가 그의 정치적 신념 때문에 잡혀있는 것이라면 석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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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겅 대변인은 "(양씨의 기소는) 법률에 따라 집행됐다"며 "양씨는 현재 건강하며, 양씨의 권리를 완전히 보장했다"고 반박했다.
겅 대변인은 "중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호주측 성명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며 "호주는 중국의 사법 주권을 진심으로 존중해야 하고, 중국의 사건 처리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호주는 전통적으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 내에서는 중국이 태평양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고,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펴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가 호주 야당인 노동당에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마저 불거진 상황이다.
중국이 해외 국적자를 체포해 스파이 행위나 국가 기밀 절도 행위로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정부가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하자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캐나다 국적의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와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를 체포했다. 이들을 체포한 혐의도 간첩 활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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