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불똥 튄 불완전판매 논란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9.08.28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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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말하기가 머쓱해진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인사의 말이다. 최근 은행이 판매한 사모펀드의 대규모 투자자 원금손실 가능성에 불완전판매 논란까지 불거져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당국 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규제 완화 법안 입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은행에서 판매된 대규모 사모펀드 원금손실 우려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모펀드의 규제를 풀면 투자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문제가 된 파생결합상품의 전체 판매액은 8224억원(지난 7일 기준)에 달한다. 이 중 우리, KEB하나, 국민은행에서 판매된 사모 DLF(파생결합펀드) 금액이 8150억원(99.1%)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공모펀드에 비해 리스크가 큰 사모펀드 형태로 DLF 상품을 판매한 것이다. 사모펀드는 통상 공모펀드와 달리 상품 공시 등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어 리스크가 높다.

은행이 돈 벌이(판매수수료)에만 급급해 무리하게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에 열을 올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상품 판매 시 고객에게 원금손실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사실상 손실 가능성이 없다"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린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한편에선 지난해 9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발표한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뒤 정무위 일정이 파행을 겪으면서 계류 중이다.

내용은 사모펀드의 투자 저변을 늘리기 위해 투자자 수를 현재 49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투자자 수 제한에 막혀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PEF)을 구분하는 사모펀드 운용 규제를 대폭 낮춰 일원화하는 조항도 담겼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완화 법안은 최근 사모펀드 원금손실 사태가 불거지며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업계는 물론 정무위 내에서도 사모펀드의 규제 완화가 자칫 투자금 쏠림현상을 부추겨 원금손실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그 동안 법안이 특별한 쟁점 사항이 없이 논의가 미뤄져 왔다”며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다음 법안소위에서 규제 완화 규정에 따른 투자자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는 고객 불신과 이탈을 초래해 발전을 가로 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금융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 완화의 당위성까지도 흔들 수 있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의 규제 완화에 맞춰 불완전판매에 대한 감독과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불똥 튄 불완전판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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