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위해 만든 서비스 "대학생 돌봄교사 써보니…"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19.08.2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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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유아 돌봄 서비스 플랫폼 '자란다' 장서정 대표

/사진제공=자란다/사진제공=자란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닙니다. 부모들, 특히 여성들이 아이를 돌보기 위해 경력을 단절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유치원이나 학교 방과 후 학원으로 아이들을 돌리지 않아도 되는, 다른 방식의 이 시도가 저와 부모들을 위해 성공하면 좋겠습니다."

장서정 자란다 대표(42)는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두 아들을 둔 엄마다.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회사원으로 '워킹맘' 생활을 했다.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후 2002년 모토로라에 입사해 UI·UX(사용자환경·사용자경험) 디자이너로 10년간 일했고, 2012년부터는 제일기획 디지털사업팀에서 광고서비스 기획자로 일했다.



그랬던 그가 2015년 돌연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다. '워킹맘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자녀 초등학교 입학 시즌과 맞물려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저녁까지 아이를 맡아주는 '종일반'을 운영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하교 시간이 빨라졌어요. 낮 시간 동안 돌봐줄 사람도, 시스템이 없었죠. 제 일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분간 육아에 전념하기로 했지만 얼마 안가 일에 대한 갈증이 밀려왔다. 재택 근무가 가능한 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도 생겼다. 그러나 육아와 병행할 수 있었던 환경은 아녔다.

그래서 만든 서비스가 '자란다'다. 4~13세 어린이들을 위한 돌봄·방문 수업 연결 플랫폼이다. 맞벌이 가정 아이들에게 생기는 2~4시간의 방과 후 공백을 대학생이나 전문교사가 '돌봄' 서비스로 메워준다. 우연한 기회에 대학생을 돌봄 교사로 채용해 본 적이 있었던 장 대표의 개인적 경험이 자란다 플랫폼 탄생의 아이디어가 됐다.

"큰 아들이 5살 때 베이비 시터가 필요해 구인 사이트를 통해 모집을 한 적이 있어요. 교사 생활을 해 보셨거나 은퇴하신 중년 이상의 분을 원했는데, 대학생 한 명이 자기를 채용해 달라고 대뜸 연락이 온 거에요. 원하는 연령대가 아니라 조금 망설였는데 막상 아이가 너무 잘 따르더군요."


그 후 1년간 장 대표의 아이들은 대학생 돌봄 교사와 방과 후 함께 '마트 가기', '문구점 가기', '놀이터에서 놀기' 등의 활동을 하며 정서적인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아이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범위가 중년 돌봄 교사와는 달랐다고 장 대표는 회상했다. 그러나 해당 돌봄 교사가 개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고 난 후 문제가 생겼다. 아이와 함께 방과 후 활동을 할 수 있는 대학생 돌봄 교사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전무 했던 것.

"저처럼 대학생 돌봄 교사를 필요로 하는 맞벌이 부모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대학생 돌봄 선생님 20분을 초빙해 2017년 5월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알음알음 알게 된 서울교육대학교 학생들과 유아교육과 전공 학생들이 돌봄 교사로 참여했다. 한참 일할 여성들이 육아 때문에 그만둬야 하는 환경을 개선해 보겠다는 서비스 취지에 참여 학생들이 많이 공감해줬다는 것이 장 대표의 설명이다.

자란다는 서비스 개시 2년여 만에 대학생 교사 1만 7000명을 확보할 만큼 성장했다. 올해 단순한 돌봄 뿐만 아니라 기초 학습을 가르쳐 줄 수 있는 배움 맞춤 교사 매칭서비스도 시작했다. 매출도 일년 전에 비해 250% 늘었다. 누구보다 맞벌이 부모의 마음을 잘 아는 '워킹맘'이 만든 서비스라는 게 주효했다고 장 대표는 평가했다. 직원도 본인 혼자에서 30명까지 늘었다. 서비스를 이용했던 부모들과 대학생 돌봄 교사 출신들도 다수 채용했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를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장점까지 갖추게 된 셈.

장 대표는 자란다를 부모들이 더 믿을 수 있고, 아이들 역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저도 자란다가 없으면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며 "저와 같은 맞벌이 부모를 도와주는 선순환 시스템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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