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에게는 시계가 있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2019.08.2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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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 내 영혼의 문장들 –31 / 시간 없는 시계부자와 시계 없는 시간부자

당신들에게는 시계가 있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


“당신들에게는 시계가 있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유럽의 탐험가들에게 원주민들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에겐 뭐가 있나?

예전엔 시계가 있었다. 그때는 시간을 팔아 시계를 샀다. 값비싼 시계를 사느라 황금 같은 시간을 다 팔았다. 나에겐 명품 시계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 놀 시간, 쉴 시간, 사귈 시간, 누릴 시간이 없었다. 결국 살 시간이 없었다. 나는 시간 없는 ‘시계부자’였다.



지금은 시간이 있다. 나는 시계를 팔아 시간을 샀다. 이젠 시간이 많다. 귀한 시간이 아주 많다. 하지만 시계가 없다. 나는 시계 없는 ‘시간부자’다. 나의 시간은 시계 없는 시간이다. 이슬로 깨어 노을로 지는 빛의 시간이다. 배고플 때 먹고 졸릴 때 자는 몸의 시간이다. 이제는 자고 일어날 시간을 기계가 강요하지 않는다. 밥 먹고 일할 시간을 숫자가 지시하지 않는다.

당신은 어떤가? 날마다 일에 쫓기고 밀리면 당신은 시간 없는 시계부자다. 당신은 시계가 가리키는 대로 부족한 시간을 맞추며 살아야 한다. 시계의 노예가 되어 시간을 쪼개고 짜내야 한다. 남는 시간이 하나도 없을 때까지, 해가 지도록, 날이 새도록, 허둥지둥, 허겁지겁, 헐레벌떡.



스케쥴이 비어서 널널하면 당신은 시계 없는 시간부자다. 당신은 시계에 매이지 않는다. 오직 마음에 매인다. 당신은 넘치는 시간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 당신은 시간을 쥐어짤 필요가 없다. 대신 시간과 어울릴 수 있다. 시간 속으로 들어가 시간을 누리고 시간의 비밀을 깨칠 수 있다. 시간을 넘어 시간이 사라지는 ‘영원한 지금 이 순간’의 문도 바로 이때 열리리라.

나는 시간을 시계로, 돈으로, 성과로 바꿀 수 있다. 또는 놀이로, 행복으로, 신비로 바꿀 수 있다. 선택은 언제나 내 마음이다. 앞의 것을 원한다면 시간을 팔아 시계를 사라. 빛나는 황금시계를 차라. 뒤의 것을 원한다면 시계를 팔아 시간을 사라. 시계 푸는 연습을 하라. 시계의 사슬을 풀어 시간을 자유롭게 하고 당신이 시간의 주인이 되라. 당신이 당신에게 시간을 주고 삶의 소소한 기쁨들을 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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