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머니투데이는 2015년부터 최근까지 국정원 경기지부 공안2팀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민간인 사찰을 해온 이른바 '김 대표' A씨로부터 관련 자료 일체를 입수했다.
국정원이 '김 대표'에게 지시한 사찰 대상은 주로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학생운동을 하던 민간인들이다. 대상은 변호사, 노무사, 은행원, 기자, 약사, 사기업 영업사원, 농민, 민주노총 간부, 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정당 간부, 보습학원 원장 등 모두 민간인이다.
국정원은 A씨를 포섭하는 과정에서 RO사건의 제보자인 이모씨의 소재지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씨가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금액을 A씨에게 알려주며 추후 법정에서 사찰 대상자들의 위법행위를 증언할 경우 유사한 금액을 주겠다고도 제안했다.
매달 지급하는 활동비와 법정증언시 지급받을 거액의 보상금에 대한 희망을 줌으로써 A씨와 경제적 종속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A씨에게 수시로 민간인 사찰을 지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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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에 따르면 국정원은 사찰 대상들이 국가보안법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발언을 하면 이를 자신들이 지급한 장비에 담아오도록 A씨에게 지시했다. A씨가 소속된 시민단체의 컴퓨터에서 관련 자료를 유출할 것도 지시했다. 사찰 대상이 위법한 발언을 하지 않을 경우 A씨에게 위법 발언을 유도하도록 국정원이 지시한 내용도 녹취록에 담겼다.
국정원은 A씨가 녹음, 촬영 등을 통해 민간인사찰 자료를 국정원 경기지부에 가져오면 진술서를 작성토록 했다. A씨는 "매달 기본급 200만원에 진술서 1회당 50만원 등 한달에 400만원 가까운 돈을 받기도 했다"며 "활동하던 시민단체에서 간부로 승격되거나 국정원이 눈여겨 볼만한 핵심자료를 제출할 때는 300만원 가량의 성과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방에 사는 A씨가 서울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자취방을 얻어주기도 했다. A씨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 공간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방에서 오가는 대화와 시민단체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갔다.
국정원의 이 같은 행위는 국가정보원법 위반이다. 국정원법 제11조(직권 남용의 금지)는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를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른 처벌은 같은 법 제19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협조자를 통한 증거수집은 범죄수사 실무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라며 "최초 신고자이자 자발적 협조자를 증거수집에 활용한 것을 직권남용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제보자가 2007년 국정원에 자발적으로 신고한 내사사건으로 2017년 폐지된 국내 정보수집부서와 무관한 대공수사부서가 주체"라며 "2013년 내사를 중지했으나 2014년 10월 내사 재개 필요성이 있어 제보자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제보자가 2015년 4월 협력의사를 표명해 내사를 재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