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은 경제를 못 구해"…정치 역할 있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8.2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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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중앙은행 총재 "정치 문제 해결해야"…전날 美파월 의장도 같은 취지의 발언

24일(현지시간) 미 와이오밍주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열린 학술회에 참석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오른쪽)과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가 산책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24일(현지시간) 미 와이오밍주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열린 학술회에 참석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오른쪽)과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가 산책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세계 주요 중앙은행 총재 및 경제학자들의 연례 학술회인 '잭슨홀 미팅'이 막을 내렸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각국 총재들은 그 원인으로 정치를 꼽고 정치인들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RBA) 총재는 이날 잭슨홀 미팅의 폐회사를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앙은행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심각한 정치적 충격이 경제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홍콩 시위, 이탈리아 연정 붕괴 등 최근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로우 총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인들이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인프라 투자와 경제 구조 개혁이 금리 인하보다 글로벌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정치인들은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도 해결하면 좋지만 진전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늘날 중앙은행이 직면한 문제는 중앙은행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잭슨홀 미팅의 주제는 '금융정책이 직면한 문제'로, 로우 총재가 폐회사에서 이에 대한 최종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의 원인은 정치 문제지만 원인을 해결하기보다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각국 정치인들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내년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중무역전쟁 여파로 경기가 악화하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에게 연일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그는 전날인 23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파월 의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가운데 누가 우리의 더 큰 적(enemy이냐"고 반문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같은 날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서 "무역전쟁이 글로벌 성장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라면 연준이 통화정책을 통해 이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연준은 지난달 이미 한 차례 미중무역전쟁 등 정치적 리스크를 언급하며 금리를 낮춘 바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지난해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금융제재 완화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중앙은행을 압박해왔다. 이에 우르지트 파텔 RBI 전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며 버텼지만 결국 지난해 12월 사임했다. 모디 총리가 후임으로 임명한 샤크티칸타 다스 현 RBI 총재는 대표적인 친(親)모디파 관료로, 그는 올해에만 금리를 네 차례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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