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경제시대! 어떤 경험을 주느냐가 기업의 실력이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김지현 기자 2019.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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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즈 BTS(Biz & Tech Story)]
'경험'에 지갑 여는 밀레니얼·Z세대
기업은 ‘어떤 경험 선사할까’ 고민
매장을 숙소처럼 제공하고 페스티벌 열어 ‘힙’한 경험 선사하는 기업들

경험경제시대! 어떤 경험을 주느냐가 기업의 실력이다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가 소비트렌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팔기만’ 해선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 이들 세대에겐 당장의 효용보다 지속적으로 어떤 경험을 얻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기업의 진짜 실력이 되고 있다.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의 시대가 도래를 한 것이다.

/사진=Airbnb/사진=Airbnb

◇‘경험’에는 감가상각이 없다



코넬대 연구에 따르면 상품은 구입 시점부터 만족도가 감소하는 반면 좋은 경험은 만족도가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응이 되면 만족이 줄어든다는 ‘쾌락 적응’이 ‘소유’에는 적용되지만 경험에는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특히 소비에서 경험의 중요성은 소셜미디어 열풍 때문에 점점 커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경험도 해봐야 하고 다른 사람이 안 하는 경험도 해서 공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는 젊은 세대에겐 경험의 전시장이다. 흐름에 뒤처지는 것이 불안한 젊은 세대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묶어두기 위해서는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험은 신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SNS에 올리기 더 좋은 콘텐츠이며 밀레니얼세대는 남들이 공유한 이야기를 지켜보며 자기도 그걸 경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강조하고 있다.

샤워를 해 볼 수 있는 가전매장 퍼치 /사진=Pirch샤워를 해 볼 수 있는 가전매장 퍼치 /사진=Pirch

◇매장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기업들

미국의 가전매장 ‘퍼치’는 매장 전체를 가정집 같이 꾸몄다. 고객들은 수건과 행주를 세탁기에 넣어 빨아볼 수 있고, 각 매장에 설치된 욕조와 샤워 부스에선 직접 샤워도 할 수 있다. 주방가전 코너에선 직원들이 직접 피자를 굽고 생과일주스를 갈아주기도 한다. 회사 입장에서 비용이 들긴 하지만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추가 구매로 이어져 더 이득이 되고 있다.

미국의 마트체인 ‘타깃’은 주류코너엔 바를 만들어 맥주와 와인을 시음할 수 있게 했고, 화장품 코너에선 무료로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부모와 매장을 찾은 아이들에겐 무료로 팝콘 한 봉지씩을 주기도 한다. 제니퍼 커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타깃은 일상적인 장보기 시간을 현실도피의 순간으로 만든다. 쇼핑 경험을 마치 보상이나 휴가처럼 느끼게 한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에서 출발한 스타트업들은 최근 잇달아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있는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채널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가구회사 버로우는 최근 매장을 열고 고객들이 소파에 앉아 마음껏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고 있다. 와이파이를 무료로 쓰게 하고 커피도 내려준다. 커다란 스크린을 벽에 걸어놓고 영업시간 내내 영화와 드라마도 상영하는데 직원들은 와인이나 맥주를 제공하며 더 머물다가라고 권한다.

심지어 온라인 침대회사 캐스퍼는 뉴욕에 ‘캐스퍼 슬립 숍’이라는 매장을 열어 고객들이 자고 갈 수 있도록 집처럼 침구와 조명을 꾸며놓은 공간을 만들었다. 과학실험실 같은 공간도 만들어 베게와 이불에 들어간 섬유와 솜을 종류별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불마다 온도계를 설치해 어느 정도 보온이 가능한지도 볼 수 있다.

타미힐피거의 카니발 /사진=tommy hilfiger타미힐피거의 카니발 /사진=tommy hilfiger

◇페스티벌 개최하는 회사들

미국 의류브랜드 타미힐피거는 2016년부터 뉴욕패션위크 런웨이에 참석하는 대신 전 세계를 돌며 카니발을 열고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카니발 참여자들은 솜사탕과 핫도그를 먹으며 무료 네일아트를 받을 수도 있다. 공연과 함께 열리는 신제품 쇼케이스는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되는데 고객은 마음에 드는 옷을 홈페이지 구매 버튼으로 바로 살 수 있다.

미국 샐러드체인 스위트그린은 매년 이틀 동안 ‘스위트라이프’라는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참가자들은 요가와 야외활동을 하면서 유명가수 공연을 즐기고 스위트그린은 작은 컵에 샐러드와 요구르트를 담아 무료로 나눠준다. 지역 유명 레스토랑들이 푸드 트럭도 운영한다. 이 페스티벌은 티켓 판매와 동시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오스카메이어의 캠핑카 /사진=Kraft&Heinz오스카메이어의 캠핑카 /사진=Kraft&Heinz

◇에어비앤비 통해 숙박 초대하는 회사들

최근엔 에어비앤비와 손잡고 숙박 경험을 제공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크래프트 하인즈의 가공육 브랜드 ‘오스카메이어’는 최근 핫도그 모양의 캠핑카를 제작해 3일간의 숙박을 올렸는데 2만2000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미국의 멕시칸 레스토랑체인 타코벨은 캘리포니아의 리조트를 빌려 수리한 뒤 4일간의 팝업호텔을 열었는데 2분 만에 모든 방이 예약됐다. 타코벨은 수영장에 타코 모양의 튜브를 띄우고, 다이닝 룸에는 부리또 모양의 컵과 파히타 모양의 접시를 놓는 등 호텔 전체를 타코벨로 만들었다.

이케아 오스트레일리아는 2016년부터 매년 매장 쇼룸을 에어비앤비에 올리고 있는데 추첨으로 뽑힌 세 팀은 원하는 스타일의 방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이케아 푸드코트의 음식도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다. 세계적인 장난감회사 레고 역시 2017년부터 2만5000여개 레고로 지어진 덴마크 본사의 ‘레고 하우스’에서 숙박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매년 12월 '올해의 컬러'를 발표하는 미국의 색채전문회사 팬톤도 2017년부터 그 해의 색을 주제로 한 숙박을 에어비앤비에 올리고 있다. 2017년엔 그 해의 색이었던 '그리너리'에 맞춰 런던의 한 건물을 빌려 건물 전체를 초록빛으로 꾸몄다. 다도 수업, 꽃꽂이 등 초록색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도 마련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경험은 가장 효과적인 브랜드 홍보수단이 됐다"며 "예전에는 브랜드가 얼마나 TV, 광고판 등에 자주 노출되느냐가 관건이었다면 이젠 고객들과 직접 만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경험을 줘야 한다"고 했다.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숙박하는 음악여행 /사진=Airbnb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숙박하는 음악여행 /사진=Airbnb

에어비앤비 역시 숙박에 경험의 개념을 결합하고 있다. 비틀즈의 옛 레코드회사인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숙박하는 음악여행, 프랑스 교외에서 숙박하며 직접 수확한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미식여행, 호스트의 안내를 받으며 마추픽추를 오르는 모험여행 등 수십 가지의 테마여행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숙박과 경험을 결합한 여행프로그램을 제안하면 에어비앤비가 심사를 통해 선정하고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커뮤니티 투어리즘 프로그램(Community tourism program)’도 진행하고 있다. 덴마크에서 전통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만 골라서 구경하는 여행, 이탈리아의 잘 알려지지 않은 40개 마을을 투어하는 여행 등 보통의 일반 여행사에선 찾아볼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 탄생했다. 이 결과 2018년 에어비앤비의 숙박 신청률은 전년 대비 2175%가 증가했다.

미국의 시장조사 및 컨설팅 회사 가트너의 애널리스트인 제니 수신은 “과거 우수한 품질과 디자인의 제품이 고객들의 만족과 충성을 얻게 해주었다면 앞으로는 매력적인 경험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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