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제조사인 에이아이비트 (41원 ▼26 -38.81%)는 지난 9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지난 4월 공시했던 2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총 조달 예정금액은 200억원으로 줄었지만 신주 발행 주식 수는 2260만주에서 4000만주로 늘었다. 발행가액이 885원에서 500원으로 대폭 깎인 탓이다.
에이아이비트의 유상증자 공시의 정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초 4월에 발표된 이 유상증자는 당초 6월 4일 자금 납입이 이뤄져야 했지만 납입일은 6월27일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다시 8월9일로 미뤄졌고 이번에 재차 9월27일로 미뤄졌다. 발행가액도 이번에 종전 대비 43.5% 낮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에이아이비트의 주가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4월22일 1110원이었던 에이아이비트의 주가는 현재 528원으로 반토막난 상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투비소프트 (829원 ▼17 -2.01%)도 당초대로라면 지난 9일 100억원의 주금납입이 완료되고 이달 하순 신주발행이 완료됐어야 했지만 주금 납입일이 9월19일로 한 달 이상 미뤄졌다. 디스플레이 패널설비 제조사 리드 (38원 ▼51 -57.3%)도 투자자의 납입연기 요청으로 주금 납입일이 9일에서 내달 20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투비소프트와 리드 역시 주가흐름이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9일 종가 기준으로 투비소프트 주가는 최초 유상증자 공시가 나온 7월8일(3700원) 대비 30% 하락했다. 리드의 최근 주가도 최초 증자 공시를 내놓은 3월19일(3470원) 대비 47% 가량 떨어졌다.
발행가액을 종전 대비 낮추거나 하락장세에서 주금·사채대금 납입일을 미루는 것은 모두 투자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발행가액을 낮춤으로써 투자자는 같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더 많은 주식을 받아갈 수 있다. 하락장세에서 납입기일을 미룰 경우 투자자는 보유주식의 가치하락 위험을 그만큼 비켜갈 수 있다.
발행사는 그만큼 더 불리해진다. 지난 1분기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자산총계 803억원 규모의 에이아이비트는 추후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전환사채가 197억원에 달한다. 자금조달이 그만큼 필요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자산총계 930억원 규모의 투비소프트도 1분기 말을 기준으로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전환사채가 125억원에 달한다. 자산총계 1078억원 규모의 리드 역시 1분기 말을 기준으로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또는 유동성 전환사채가 496억원에 이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흐름이 불안정해지면서 유상증자 등의 자금조달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주가흐름이 불안정해질수록 투자자(3자배정 대상자 등)가 바뀌거나 납입일이 계속 뒤로 밀리다가 심지어 자금조달 계획 자체가 철회되기도 한다. 투자자 대비 협상력이 약한 소형주에서 이같은 현상이 잦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