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의 생명을 앗아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붕괴사고' 직후 한 구청 직원은 자신감이 넘쳤다.
"87세 노인이 어떻게 현장을 감독하는 상주 감리자가 됐냐"는 질문에는 "건축사 자격증을 보유해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현행법과 제도 아래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얘기다.
순식간에 물이 휩쓸려오는 상황에서 수문을 통제하는 제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빗물 펌프장을 시공한 현대건설 측은 "직원이 수문 작동에 필요한 비밀번호를 알지 못했다"며 구청에 책임을 떠넘겼다. 양천구청 측은 "준공 전이라 운영 권한을 넘겨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재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팽배하다. 고용노동부가 장마철을 맞아 지난 한달간 전국 건설현장 773곳을 단속했는데 절반이 넘는 420곳(54%)이 기본적인 안전교육도 하지 않았다.
'인재를 예방하는 건 안전불감증 해소에서 시작된다. 올여름 장마는 끝났지만 태풍이 남아있다. '비가 와도 괜찮겠지', '서류상 문제없다'는 생각은 또 다른 참사를 일으킬 것이다. 지자체를 비롯해 현장 인부, 시공사, 감리자 등 모두가 안전의식을 고취해야 할 때다.
머니투데이 최동수기자 / 사진=최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