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짜 선제적이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2019.08.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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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옆에 선 다른 참석자들도 입을 꽉 다물었다. 홍 부총리는 수십 명의 기자들을 앞에 두고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24시간 모니터링’, ‘선제적이고 단호한 조치’ 등 강한 단어가 사용됐다. 급등락하는 환율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묻어 있었다.

7일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정책당국 수장이 모두 모인 무게감 있는 회의였다. 하지만 중국 인민은행이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1달러=7위안’ 선이 깨지는 ‘포치(破七)’를 용인한 게 지난 5일이었고,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게 5일(현지시각)이라는 걸 감안하면 회의에 ’긴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가 낯뜨겁다.



지난 5일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할 때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 메시지는 “비정상적 급등, 시장원리 아니다”에 불과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남의 일 보듯 하는 태도로 시장 동요를 막긴 역부족이었다. 3일동안 환율은 20원 넘게 널뛰기했다. 주가는 급락했고, 안전자산 문의가 쇄도했다.

정부의 움직임은 선제적이지도 않고, 단호하지도 않았다. 정부가 모니터링은 열심히 했는지 알 바 없지만, 조치는 ’소극적‘이고 ’후행적‘이었다.



미중 환율전쟁으로부터 우리 경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시장심리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려면 외환시장에 대한 시의적절한 당국의 의지표현이 필요하다.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성이 강한 상황에서 시장 동요가 뻔히 예상됐다면 처음부터 강한 의지를 보여야 했다. 어렵게 쌓아 올린 외환보유액을 헐어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게 하려면 진짜로 당국의 ’선제적이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기자수첩]진짜 선제적이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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