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공격에 '1달러=7위안' 무너졌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유희석 기자 2019.08.05 17:56
글자크기

미국 관세 공격 재개 되자, 중국 외환당국 7위안 돌파 용인한 듯…위안화 당분간 약세 가능성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5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 지폐를 점검하고 있다.  이날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며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저지선을 넘어섰다.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5월 이후 11년만이며 2010년 홍콩 역외시장이 개설된 이후로는 처음이다. 2019.8.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5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 지폐를 점검하고 있다. 이날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며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저지선을 넘어섰다.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5월 이후 11년만이며 2010년 홍콩 역외시장이 개설된 이후로는 처음이다. 2019.8.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1달러 = 7위안' 선이 무너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공격을 재개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영향이다. 미국이 부과한 관세 영향을 줄여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도 강하게 사수 하기 보다는 달러당 7위안을 넘는 이른바 '포치(破七)'를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장보다 0.33% 오른 6.9225위안으로 고시했다. 기준환율이 6.9위안선을 넘긴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기준환율 상하 2% 범위에서 움직이는 역내위안화(CNY) 환율은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1.43% 급등한 7.0397위안까지 올랐다. 역내위안화 환율이 7위안선으로 오른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3월 이후 약 11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홍콩에서 거래되는 이른바 역외위안화(CNH) 환율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7위안 위로 뛰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전 거래일보다 1.98% 급등한 7.1092위안까지 치솟았다가 7.08위안대선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역외위안화 시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 당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홍콩에서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서 생겨났다. CNY와 구분된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기본적으로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중국 경제 악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3000억 달러(36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중국도 '보복'을 예고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도 위안화 약세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한 중국 외환시장 전문가는 "미국의 관세 공격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수출 타격을 줄이기 위해 '포치'를 일정 부분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외환당국 고위관계자들도 '7위안'이 더이상 마지노선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저우샤오찬 전 인민은행장은 지난 5월 한 기자회견에서 '7이라는 숫자에 시장이 지나치게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고, 일주일 후에 이강 현 인민은행장도 비슷한 언급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그리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등에 따른 영향으로 위안화 환율이 7위안선을 넘겼다"면서도 "위안화 환율은 완전히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수준에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7'이라는 것은 '나이'가 아니며, 과거는 돌아올 수 없다"며 "'댐'도 아니어서, 일단 무너지면 물은 천리를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율 변동으로 인한 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환율회피상품 구매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무역전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선 당분간 위안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미 중국산 수입품 2500억 달러 어치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매기고 있고, 9월1일부터는 남은 중국산 수입품 3000억 달러 어치에 대해 새롭게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게 된다.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이를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다. 이날 고시환율을 기준으로 위안화 가치는 무역협상이 순조로웠던 지난 5월에 비해 이미 2.8% 가량 떨어져있다. 그만큼 수출을 위한 가격 경쟁력이 생긴 셈이다.


위안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약세가 오래 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수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 등으로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 무역에서 이익을 챙겨왔다고 비판해온 미국의 존재도 부담이다. 싫든 좋든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위안화 환율 하락을 장기간 방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중국경제 전문가는 "중국 입장에선 해외 자금 이탈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보다는 내릴 때 정책적인 여지가 더 커진다"면서 "경제에 충격을 크게 주지 않는 선에서 위안화 약세를 당분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