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마이웨이? 국가주도 경제 모델 되레 강화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7.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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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 지방정부 산하 기업 흡수 등으로 국유기업들 영향력 강화…당조직 설치한 민영기업도 늘어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중국이 무역전쟁에 나선 미국의 변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가 주도 경제 모델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했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 타협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50조 위안(8564조 원)이상의 국유 자산을 직접 감독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는 자신의 영향력 하에 있는 대규모 기업 집단 중 하나인 중궈바오리(中國保利)가 중국에서 유일하게 실크 사업을 해온 국유 기업인 중궈쓰처우(中國絲綢)를 흡수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같은 국유기업이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궈쓰처우가 안정적인 중궈바오리 산하로 들어가면서 경쟁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궈바오리는 지난해 매출 3000억 위안(51조3840억 원), 수익 400억 위안(6조8512억 원)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1일 중국 양대 국유 조선소인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과 중국선박공업집단(CSSC)도 합병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국유 기업들간의 통폐합은 지방정부 소유 기업들에까지 영향이 가고 있다. 특히 자원, 항만, 과잉생산에 있는 산업에 있는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다. 올해 상반기에 하이난해협해운, 마안산강철 등 최소 4개 상장기업들의 지배지분이 지방정부에서 SASAC로 이전했다.



또 중국 본토에서 가장 큰 민영영화제작사 중 하나인 화이슝디(華誼兄弟)는 지난 8일 회사 내에 공산당 조직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사내에 공산당 조직을 설치한 150만개가 넘는 비공기업 중 하나로 이름으로 올리게 된 것이다.

리이핑 인민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의 성장모델은 소유권이 분명한 기업, 자원배분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시장 메커니즘, 필요한 공공서비스 제공과 개발 지침을 제공하는 정부의 역할 등 시장경제와 공통되는 특성을 이미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웹사이트에 게재된 한 기사에서 "하나의 시장 경제 모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들 사이에서조차도 (모델이) 다르다"고 말했다. 리 교수의 발언은 베이징의 정책 입안자들과 중국 학계에서 미국의 압력에 상관없이 중국이 현재의 발전 모델을 고수할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중국이 국가 주도 경제 모델을 고수하는 이상 미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이 일대일로(신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자신들의 개발 모델을 수출하려고 하고 있지만, 미국은 국가 소유로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는 중국의 '국가 챔피언' 기업과 '중국 제조 2025' 계획과 같은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을 억제한다는 정책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월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개방적이고 시장지향적인 정책을 수용하지 않았으며 "진정한 국유 기업 개혁은 중국의 의제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는 여전히 중국 경제를 장악하고 있으며, 산업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티모시 스트랫포드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의장은 2주 전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중국의 하이브리드(혼합) 경제체제가 불공평한 경기장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 체제는 중국 특색을 갖고 있다. 시장경제를 가지고 있지만 경제의 사회주의적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스트랫포드 의장은 "중국의 중요한 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계획과 정책을 갖고 있고, 국가 조치들이 그러한 산업 분야를 지원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에 경쟁 중립성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소유 형태, 즉 국유, 민영, 국내, 외국 기업에 관계없이 동등한 대우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지난 3월 통과된 외상투자법과 6월에 발표된 외국인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 목록 축소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신들의 개발 모델에 대한 어떠한 문제 제기도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SCMP는 평가했다. 궈수칭 인민은행 당 서기 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지난 5월 "중국은 이른바 국가 자본주의가 아니다"면서 "중국의 경제요소는 점점 다양해지고, 국유기업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국가 경제와 '국가 챔피언'들의 영향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중국 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비금융 국유기업들은 지난 5월 말 현재 총 192조 위안(3경2886조 원)의 자산을 보고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8.8% 늘어난 것이다. 순익은 1조200억 위안(174조7056억 원)으로 올해 첫 5개월 동안 9.3% 증가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 중국이코노미스트인 줄리안 에반스-프리처드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이 국유기업의 개혁을 진전시키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고, 중국은 국가 주도의 경제 모델에 계속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로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면서 "미국에서 중국의 발전을 저지해야 한다는 강성 주장들이 강화되고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은 중국이 외국 상품을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챔피언을 육성하는 국가 주도 산업 정책들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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