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마저..바이오에 직격탄 "IPO 시장 어쩌나"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황국상 기자 2019.08.0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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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티슈진 이어 신라젠 임상 중단 권고에 바이오 투자심리 급냉…"IPO 시장 다 죽는다" 우려

"신라젠 임상3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관건이 되지 않겠어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기술력이나 가능성을 앞세워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 중 하나라도 신약 개발 성과를 낸다면 좋을 텐데"라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케이주(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라는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코스닥 바이오 대표 기업인 신라젠의 임상시험 성과라는 호재가 등장할 경우 다소나마 분위기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결국 신라젠은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간암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3상에 대해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로'부터 시험 중단을 권고받았다.

4일 증권업계 전문가 사이에선 신라젠 임상3상 중단 권고가 위축된 바이오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IPO(기업공개) 시장을 이끌어온 바이오의 침체는 공모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급격히 가라앉힐 수 있는 요인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한 증권사 IB(투자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보면 바이오에 대한 투자 의지가 완전히 꺾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라며 "미래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은 바이오가 무너질 경우 공모 시장의 전체적인 투자 수요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 시장에서 바이오를 빼면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정도의 성장 산업이 없기 때문"이라며 "IPO 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코스닥지수의 지속적인 하락도 IPO 시장 위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IPO 시장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측면이 있어 주식시장 침체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코스닥 전반의 침체 현상에다 신라젠 정도의 기업에 큰 변수가 발생한 만큼 바이오 IPO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지금 상황은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이 IPO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계까지 왔다"며 "IPO를 추진하는 바이오 기업에 피해가 안 갈 수 없고, 이는 전체적인 IPO 시장의 분위기를 끌어내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모 절차를 앞두고 있거나 IPO를 준비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의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의 경우 공모 절차 돌입 시점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 또 아직 심사 청구 전 단계의 기업은 시장 상황을 보며 청구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과정에서도 바이오 특례 상장 기업에 대한 심사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전 우리 증시의 글로벌화가 이슈이던 때 중국 기업에 대한 IPO 문호를 대거 열어줬지만, 중국고섬 사태와 최근 여러 기업의 상장폐지 등으로 중국 기업 IPO가 완전히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며 "결국 신뢰의 문제로 볼 수 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 티슈진에 이어 신라젠 사태까지 터지면서 공모 시장에서 바이오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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