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도발]격화된 한일갈등…속타는 여행업계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08.02 14:12
글자크기

日 '백색국가' 제외로 '여행 보이콧' 분위기 거세질 전망…하반기 일본 시장 반등 노리던 여행사 '울상'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지난달 2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일본 정부가 예상대로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대상)' 명단에서 제외했다. 불매운동 최전선에 서 있는 '일본여행 보이콧'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일 갈등 장기화 조짐에 올 여름 휴가철 일본시장 확대로 실적 반등을 노리던 여행업계에 위기감이 감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여행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하반기(15~30일)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떠난 탑승객은 46만7200여 명으로, 경제보복 이전인 6월 상반기(54만여 명)보다 13.4% 감소했다. 한 온라인여행사의 일본 항공권 예약율도 6월보다 32%나 줄었다. 성수기 휴가철임에도 일본 불매운동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국내 주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패키지 여행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달 해외여행수요(패키지·호텔·단품 상품)가 전년 동월 대비 14.4% 감소한 24만1000명을 기록했다. 모두투어 역시 지난달 해외여행수요가 12만8000명으로 14만5000명을 기록했던 지난해 7월보다 크게 감소했다.

일본 여행시장 위축은 8월에 접어들며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경제보복 한 달 만에 다시 백색국가 제외라는 초강수를 두며 한일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진입해서다. 일본여행 자제가 민간 차원에서 일본에 맞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거론되며 일본여행 수요 감소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주요 여행사들의 일본여행상품 신규예약률은 전년 대비 50~70%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일본항공 탑승수속 카운터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달 31일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일본항공 탑승수속 카운터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일본여행객 감소세는 동일본대지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일 한국인 관광객이 역성장했던 2011년과 비슷한 모습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자연재해와 대형사고로 일본여행 인기가 시들했던 2011년이 연상된다"면서도 "지금은 환경적 요인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던 당시와 달리 반일감정으로 자발적인 여행 보이콧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여행사들 입장에선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일본 단체여행 수요가 감소세를 보이며 전반적인 실적 부진을 겪은 이후 올 여름을 반등의 기점으로 점쳐왔기 때문이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비롯, 주요 여행사들의 일본노선 비중은 20~30%에 달한다. 단일 국가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일본 노선의 부진은 하반기 실적 부진으로 직결된다. 지난 5월 여행업계를 휩쓸었던 헝가리 다뉴브강 참사의 여파가 다소 진정되며 한 숨 돌린 상황에서 더 큰 악재가 들이닥친 셈이다.

여행업계 내에서는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일본여행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비자발급 강화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본다. 하지만 이미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하반기 실적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일본상품 비중을 조정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번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일본여행 보이콧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체 여행지인 동남아 노선 상품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