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고노의 입, 빈손으로 마친 45분 한일 담판

머니투데이 권다희 , 방콕(태국)=최태범 기자 2019.08.0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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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한달여만에 만난 한일 외교장관, '반전' 없이 냉랭하게 헤어져

【방콕(태국)=뉴시스】최동준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19.08.01.   photo@newsis.com【방콕(태국)=뉴시스】최동준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19.08.01. [email protected]


한일갈등의 분기점을 마련할 자리로 관심을 모았던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1일 무거운 분위기 속에 '빈손'으로 끝났다. 회담으로 양측의 간극만이 확인됐다.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배제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는 전망도 굳어졌다.

◇日 보복조치 후 첫 만남, '빈손'으로 종료=이런 결과는 회담 시작 드러난 양국 장관의 무거운 표정과 침묵에서 이미 감지됐다. 회담장인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 컨벤션센터에 도착한 고노 외무상은 ‘회담이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 같으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회담장 입구로 들어갔다.



오전 8시44분(현지시간) 회담장에 먼저 도착해 있던 강 장관이 고노 외상을 맞이했다. 지난 6월28일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후 한달 여 만의 만남이다. 일본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보복성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난달 4일 이후론 처음이다.

한달 여 만에 만난 한일외교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맞았다. 하루 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릴 걸로 예상되는만큼 무거운 분위기를 숨길 수 없었다. 고노 외상이 짧게 목례한 뒤 양 장관이 착석했다. 양 장관 착석 후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 10여 초 동안 회담장엔 침묵이 흘렀다.



'45분'이란 회담시간도 중대한 의제와 비교하면 짧았다는 평가다. 양 장관은 8시44분 회담장에 들어왔고 55분 후인 9시39분 회담을 마쳤다. 8시54분께 양장관과 통역, 양국 주무당국자들만 남기고 다른 배석자들이 퇴장한 시간은 8시54분. 사실상의 회담이 8시54분부터 9시39분까지 '45분'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통역을 감안하면 실제협의는 더 짧았다고 볼 수 있다.

◇외교부 "日 2일 오전 10시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할 듯"=회담 후 반전은 없었다. 강 장관은 일본에 화이트리스트 배제 중단을 요청한데 대한 일본 측의 "확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회담 후 외교부 당국자도 "일본이 기존 입장에서 전반적으로 변화된 것은 없었다"며 "양측 간극이 아직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서울에서 상황을 대응 중인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일본이 2일 오전 10시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고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회담 후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그렇게(배제될 것) 본다"며 일본 각의 시간은 "2일 오전 10시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일본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일본 내에선 화이트리스트 배제 찬성 여론이 우세하다"며 "일본 내 지지여론이 높아 아베 신조 총리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철회를 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미국이 설사 어떤 중재안을 건넸다 해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양 장관은 2일로 추진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다시 한 번 만난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고 난 이후일 가능성이 높아 무거운 분위기가 다시 한번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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