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 민낯 보여준 '포레스트 검프'의 그물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9.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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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새우깡을 둘러싼 논란, 꽃새우보다 해양쓰레기가 더 문제

사진=뉴시스사진=뉴시스


1994년 개봉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에는 새우잡이가 등장한다. 톰 행크스가 주인공을 맡은 포레스트 검프는 군대를 제대한 후 새우잡이 사업에 뛰어든다. 새우잡이 사업은 성공한다. 포레스트 검프의 성공 스토리 중 하나다. 영화를 본 사람이면 익숙한 장면이다.

그런데 포레스트 검프는 어떻게 새우를 잡았을까. 영화에 나오는 새우잡이 그물은 '바닥 끌그물'(저인망)이다. '새우깡 사태'로 새롭게 조명된 바로 그 그물이다. 바닥 끌그물은 새우깡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해양 쓰레기 문제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꽃새우가 뭐길래 = 1일 해양수산부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1971년 출시한 새우깡에는 군산 앞바다에서 잡힌 꽃새우가 들어간다. 꽃새우는 서해와 남해에서 주로 잡힌다. 통계청의 어업생산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국의 꽃새우 생산량은 2689톤이다.

이 중 전북에서 잡힌 꽃새우만 1761톤(65.4%)이다. 특히 군산 앞바다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해수부가 군산수협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군산수협의 꽃새우 위판량은 6만3174 상자다. 꽃새우는 무게가 아니라 상자 단위로 거래한다. 1상자가 약 15kg이라는 점에서 대략 987톤에 이른다.



농심은 군산에서 잡힌 꽃새우를 매년 300~500톤씩 사갔다. 과거에는 새우깡에 들어가는 꽃새우의 전량을 군산에서 가져갔다. 하지만 3년 전부터 미국산과 국산을 절반씩 쓴다고 한다. 그마저 미국산으로 전량 대체하겠다는 게 농심의 생각이었다. 농심은 항의가 잇따르자 결정을 철회했다.

군산의 꽃새우가 농심을 얼마나 의존했는지는 가격동향만 봐도 알 수 있다. 군산수협을 통해 거래된 꽃새우는 2016년 기준 한 상자에 평균 6만6737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7월에는 3만6530원까지 떨어졌다. 농심만 믿고 판매처를 다양화하지 못했던 결과다. 어민들이 이번에 반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새우깡 사태의 핵심은 해양쓰레기 = 새우깡 문제로 제기된 쟁점은 몇 가지 있다. 사기업의 결정에 정치권까지 개입한 게 타당한지를 두고선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새우깡으로 불거진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은 꽃새우가 "해양쓰레기 문제의 민낯을 보여줬다"고 입을 모은다.


농심은 국산 꽃새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이물질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바닥 끌그물을 사용하다보니 꽃새우뿐 아니라 해양쓰레기가 같이 나온다는 것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도 새우 그물에서 이물질이 함께 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같이 이치다.

새우는 다리와 수염이라는 생물학적 특성 탓에 유독 바닥에 있는 해양쓰레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해양 바닥의 쓰레기가 새우 몸에 잘 붙을 수밖에 없다. 반면 농심이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알래스카 지역의 꽃새우는 '중층 끌그물'로 잡는다. 바다 속의 중간층에서 사는 수산물을 잡는 방식이다.

해양쓰레기는 지난 6월 말 끝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정도로 전 세계적인 관심사다. 하지만 당면 과제로 여겨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해양쓰레기는 14만9000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발생량만 6만7000톤에 이른다.

해양쓰레기 중 플라스틱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2017년 이후 한국의 바다에서 죽은 바다거북 중 20마리의 위장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한국 바다에 남아 있는 해양 플라스틱은 11만8000톤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미세 플라스틱은 얼마나 있는지 정확하게 알기도 힘들다.

정부는 지난 5월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해양 플라스틱을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올해 해양쓰레기 관련 예산은 569억원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양쓰레기는 다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관심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지속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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