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새벽에 우는 마트들, 억울한 이유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9.08.01 05:10
글자크기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홈플러스로서는 (새벽배송이) 아픈 구석이다. 점포 기반으로 온라인 물류를 하다 보니 정부 규제에 막혀 새벽배송을 하기 힘든 구조다. 그러나 계속 염두에는 두고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사업전략발표 간담회에서 홈플러스 임일순 사장은 새벽배송과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날 홈플러스는 3년내 온라인 매출을 4배로 늘리고 140개 전 매장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로 재편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임 대표의 설명에는 적잖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대형마트의 성장정체를 극복하고 e커머스 진영의 공세에 맞서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성은 옳지만 규제의 틀에 가로막힌 한계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최근 울상이다. 지난해부터 업황부진이 심화되면서 마트를 찾는 고객이 빠르게 줄고있다. 매월 역성장이 지속되자 국민가격 등 초저가 상품들을 쏟아내지만 되레 수익성만 갉아먹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증권사 리포트가 쏟아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쿠팡과 마켓컬리로 대표되는 e커머스 진영의 공세 때문이다. 1·2인가구, 맞벌이 가구의 증가에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하면서 번거로운 마트 장보기를 줄이고 개인시간을 아끼려는 소비자들도 늘고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소비트랜드의 변화는 막을수 없는 흐름이다. 수십년간 누려온 대형마트의 전성기도 저물고있다.



그러나 임 대표의 발언처럼 정작 대형마트들이 억울해하는 것은 따로있다. e커머스 업계와 경쟁하려해도 공정하지 않은 규제에 온라인에서도 발목이 잡혀 있어서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등 온라인사업도 가로막고 있다. 전국 각지에 400곳이 넘는 대형마트들이 있지만 낮시간에만 매장을 열도록 한 영업시간 규제 때문에 야간작업이 필요한 새벽배송은 진입자체가 원천봉쇄된다. 마트가 문닫는 격주 일요일마다 인터넷장터도 함께 문을 닫는다. 오프라인 규제가 온라인 사업까지 가로막는 넌센스가 벌어지는 것이다. 버젓이 고객 집근처 마트를 두고 유통사들은 규제를 피해 수천억원을 들여 온라인전용물류센터를 세운다. 정치권에 이같은 비효율과 부조리를 호소해도 '쇠귀에 경읽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대형쇼핑몰의 의무휴업과 점포개설 규제를 다루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연내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유통시장의 주도권이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간 마당에 과거형인 오프라인 점포 규제틀에만 집착하는 유통시장발전법 개정논의가 적절한지 되묻는 이들이 적지않다. 진정 유통산업의 '발전'을 꾀한다면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부터 걷어내야한다. 정치권의 전향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조성훈 산업2부 차장조성훈 산업2부 차장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