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장담못해"…美·유럽 '비둘기 랠리' 급제동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7.2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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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ECB 총재 "금리인하 논의 안 했다"…美 경기지표 호조에 금리인하 기대 '뚝'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금리인하 전망에 기댄 미국과 유럽의 '비둘기(통화완화주의) 랠리'에 급제동이 걸렸다. ECB(유럽중앙은행) 총재는 금리인하에 신중론을 폈고, 미국에선 금리인하가 필요없을 정도의 경기호조가 확인됐다.

◇ECB 총재 "금리인하 논의 안 했다"



ECB는 25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로 동결했다.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현행 -0.40%와 0.25%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ECB는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현행 수준 또는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향후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목표인 2%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사실상 ECB가 이르면 9월 금리인하를 예고한 것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이 같은 소식에 일제히 급등한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이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이 나오면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금리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국자들이 금리인하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행동에 나서기 전에 경제지표를 추가로 확인하겠다"며 시장의 조속한 금리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2.21포인트(0.56%) 내린 389.52에 장을 마쳤다. 독일 DAX지수는 160.79포인트(1.28%) 떨어진 1만2362.10에 마감했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27.82포인트(0.50%) 내린 5578.05, 영국 FTSE100 지수는 12.41포인트(0.17%) 하락한 7489.05를 기록했다.


◇美 경기지표 호조에 금리인하 기대 '뚝'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미국에선 예상밖의 경기지표 호조가 금리인하 기대를 꺾었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1만건 줄어든 20만6000건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 21만9000건을 밑도는 수준으로, 지난 4월 중순 이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고용사정이 좋아졌음을 뜻한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달 내구재 주문도 2% 증가했다. 특히 핵심 자본재 주문은 1.9% 늘어나며 1년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동안 시장은 오는 30∼3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인하 결정을 기정사실화해왔다. 그러나 경기지표들이 예상 밖으로 개선되면서 금리인하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스위스 은행 UBS의 아트 카신 이사는 "내구재 주문 지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적극적 금리인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설 것을 시장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선물시장은 여전히 이달말 금리인하에 베팅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이달말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다만 0.5%포인트 수준의 대규모 금리인하 기대는 잦아들었다. 현재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이 80.6%에 이르고, 한꺼번에 50bp를 내릴 것이란 기대는 19.4%에 불과하다.

코닝자산운용의 돈 타운스윅 이사는 "이제 금리인하 여부는 미국의 2/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수치를 확인한 뒤 판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2/4분기 GDP 성장률은 26일 발표된다. 시장은 1/4분기 3.1%에 이어 2/4분기 1.9%를 예상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금리인하 기대감의 퇴조 속에 하락 마감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28.99포인트(0.47%) 내린 2만7140.9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5.89포인트(0.53%) 하락한 3003.67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82.96포인트(1.00%) 떨어진 8238.54에 마감했다.

미국 증권사 찰스슈왑의 리즈 손더스 수석전략가는 "시장이 글로벌 경제성장과 통화강세, 무역전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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