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나갈 텐데…' EU 안보회의서 제외된 영국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7.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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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주요 사이버 안보회의 초청 못 받아… 영국 발끈 "아무 설명 못 받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4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4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둔 영국이 EU의 주요 안보회의에서 제외됐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팀 배로우 EU 주재 영국 대사는 영국이 지난달 25일 열린 EU 28개국 사이버 안보회의에 초청받지 못했다며, 이에 항의하는 서신을 유럽이사회에 보냈다.

팀 대사는 서신에서 "EU 27개국이 영국을 제외한 채 회의를 열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지난달 회의에서 영국이 왜 초대받지 못했는지 그 어떠한 설명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EU는 이 회의에서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유럽의 5G망을 보호하기 위해 사이버 안보 규정을 마련하는 중대한 자리였으나 영국이 제외된 것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예정일인 10월 31일까지 EU 회원국이다. EU의 외교·국방 정책을 비롯해 내년도 예산편성 등 대다수 사안을 다루는 회의에 참가할 수 있다. 다만 EU 27개국이 브렉시트나 '특별한 상황'에 대해 논의할 경우, EU는 이를 사전에 통보 후 영국을 배제할 수 있다. 영국 측은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이번 회의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FT는 "EU 27개국은 국방, 사이버안보, 정보 공유 등 민감한 문제를 논의 중"이라면서 "브렉시트가 또 연장되면 EU는 (논의 과정에서)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이미 두 차례나 브렉시트 기한을 미뤘지만 아직까지 그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 EU와의 협상안을 밀어 붙이던 테리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타결 실패의 책임을 지고 보수당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차기 총리직을 노리는 후보자들은 백스톱(브렉시트 이후 당분간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남기는 조항) 폐기를 선언하며 EU와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심지어 협상 없는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재협상 불가'를 선언한 EU 입장에서는 영국의 재합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영국의 브렉시트 향방을 가늠할 영국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 투표 결과는 오는 23일 발표된다.


영국 대사관 측은 "영국이 회의에 참여해도 EU의 안보 위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영국이 왜 배제됐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EU 측에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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