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프로농구 선수 정병국(35), 김성준 전 SBS 앵커(55), 배우 강지환(42)/사진=뉴시스, SBS제공, 홍봉진기자
전문가들은 이들의 성범죄에 "유명인으로서 모범이 돼야 한다는 압력에 따른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 비상식적 행동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자랜드 엘리펀츠 소속의 프로농구 선수 정병국은 지난 4일 오전 6시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바지를 내린 채 길 가는 여성을 보면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연(公然) 음란행위'란 공공연하게 음란행위를 해 성적 도덕 감정을 해치는 것이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용의자를 정병국으로 특정한 뒤 지난 17일 오후 부평구 한 체육관 주차장에서 그를 체포했다.
경찰은 "범행 횟수가 여러 차례인 데다, 일부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인천 도심 한복판에서 수차례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입건된 인천 전자랜드 정병국 선수(35)가 지난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김성준 전 SBS앵커, 지하철역에서 여성 불법 촬영…"술 마시고 실수"
김성준(55) 전 SBS 앵커도 지난 3일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하반신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입건됐다. 사회적으로 유명세를 갖춘 언론인이었던 그의 성범죄 소식에 대중들은 믿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더욱이 김성준은 뉴스에서 불법 촬영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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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8일 성폭력범죄처벌특별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김성준을 입건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성준은 지난 3일 오후 11시50분쯤 서울 지하철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의 하반신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시민이 범행을 목격하고 피해자에게 알린 뒤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을 벗어나 도주하던 김성준은 지하철 출입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김성준은 범행 사실을 부인했으나 그의 휴대전화에서 여성을 촬영한 사진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김성준은 "평소 사진 찍기가 취미인데 술을 지나치게 마신 상태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BS 측은 "김성준 앵커가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고 지난 8일 사표가 수리됐다"고 전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강지환, 성폭행 혐의→드라마 배우 교체→검찰조사
배우 강지환(42·조태규)도 성범죄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지난 18일 여성 스태프 2명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준강간 등)로 강지환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2일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 상태로 조사해왔다. 강씨는 사건 당일 긴급 체포된 직후 경찰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구속 이후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강씨는 지난 15일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9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촬영 스태프 A씨, B씨와 술을 마셨다. 이후 자고 있던 A씨를 성폭행하고 B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사건 당일 오후 9시40분쯤 자신의 친구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로 "탤런트 강지환의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지금 갇혀있다"며 신고를 부탁했다.
A씨 친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와 B씨로부터 진술을 확보하고 같은 날 밤 10시50분쯤 강씨를 광주 오포읍 자택에서 긴급체포했다.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강지환은 2002년 데뷔해 2009년 제46회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인지도가 높은 대표 남배우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던 그의 성범죄 소식은 누리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들 외에 고위 공직자의 성범죄도 있었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2014년 8월 제주시의 도로변에서 다섯 차례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데 이어 2017년 7월에는 당시 서울동부지법 소속 판사가 지하철에서 여성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전문가 "남들을 보는 '나'와 실제 내 모습이 다르면 스트레스…조절할 수 없을 땐 비상식적 행동"
사회적 지위를 갖춘 남성들의 성범죄는 비단 유명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이들의 행동이 외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이 영향으로 욕구를 잘못된 방식으로 분출한다고 분석했다. 또 성적인 일탈에서 기인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중은 이들을 높은 수준의 사회적 눈높이로 바라보는데, 이와 달리 그릇된 행동에서 만족감을 추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성범죄는 유명인에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예방을 위한 사회의 노력을 강조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겉으로 보이는 페르소나(다른 사람이 보는 내 모습)와 실제 자신의 모습이 동일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생긴다"면서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상에 빠진다. 현실과 공상의 괴리감이 커지면 은밀한 세계, 성적 쾌감의 분출을 통해 긴장감을 이완한다. 이를 조절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면 비상식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그러면서도 성범죄는 유명인의 일탈만이 문제라는 시각이 생길 수 있는 점을 경계했다. 오 교수는 "이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알려졌지만, 내면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포장된 모습만 보이는 상황에서 범죄 행위가 일어나면 대중들은 더욱 배신감을 느끼고 충격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예방적 대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하철역 등에 '불법 촬영 금지' 등의 문구보다 더 강력한 문구를 비치해야 한다"며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부착된 담뱃갑 경고 문구처럼, 강력하고 눈에 잘 들어오는 캠페인으로 성범죄 등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