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기준이 모호하다고 토로하는 이들은 은연중에 자신이 가해자가 되거나, 이미 가해행위를 하고 있었음을 알고 있다. "어디까지가 괴롭힘인가" 묻는 질문에서는 괴롭힘의 경계선 직전까지 부하직원이나 하청업체를 몰아붙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자신의 위치를 착각해서도 안된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부여한 지시 권한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고 더 많은 책임을 지라고 준 것일 뿐이다.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거나 사생활을 감시하라고 준 게 아니다. 후배 직원들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여기고 밤마다 술주정 부려 힘들게 할 권한도 없다.
회사에서 패거리를 지어 정치놀이 하는 것도 심각한 직장내 괴롭힘이다. 직장에서 동문회 찾고 향우회 만든다고 업무 효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동료간에 선을 긋고 수적 우위를 점한 채 따돌리면 오히려 소수자들의 업무 효율만 떨어뜨린다. 회사 조직도 안에 없는 사조직을 만들어 '왕 놀이'하던 행태도 그만 둬야 한다.
후배들도 착각하면 안된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은 사내에서 부당한 일들로 몸과 마음을 다치는 사람들을 위한 법이다. 상사가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법을 들이밀며 "괴롭히지 말라"며 휘두르라고 쥐어 준 무기가 아니다. "부장이 일을 많이 시켜요" "거래처에 상황 생겼다고 갑자기 야근 하라는데 부당합니다" 같은 소리는 고용노동부도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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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다고 "그동안 싫어하던 상사 보내버리겠다"며 벼르는 직장인들도 눈에 띈다. 일 열심히 하는 상사가 업무지시를 많이 한다는 이유로 뒷담화하는 걸로 모자라 징계까지 주려 한다면, 그 상사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가까워질 것이다.
결국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요구하는 것은 '일터에서는 프로답게 일을 하라'는 단순한 진리다. 조직에서 월급을 주고 사람을 부리는 근본적인 목적에 충실하게 행동하고 발언한다면 범법자가 될 가능성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