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韓부품, 이제 '가마우지 경제' 고리 끊어야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2019.07.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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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재·부품 분야의 '가마우지 경제' 현상이 고착화했다."

한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나온 문장이다. 새의 목에 끈을 묶어 물고기를 잡아도 삼키지 못하게 한 뒤 가로채는 '가마우지 낚시'를 경제에 비유한 것이다.

소재·부품을 일본에 의존해 한국이 이익을 놓치는 구조를 꼬집었다. 언뜻 보면 최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이슈와 관련해 지적된 내용 같지만, 이미 2013년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가마우지 경제란 표현은 무려 30년 전인 1989년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가 '한국의 붕괴'란 저서에서 처음 쓴 것으로 전해진다. 그 뒤로도 각종 보고서에서 이를 인용한 경고가 잇따랐다.

과거 정부에서 몸담았던 고위 관료 출신들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예로 정부가 9년 전 추진한 '반도체 장비 국산화' 계획이 있다. 2010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까지 장비 국산화율 35% 달성을 목표했다. 하지만 달성에 실패했고, 반도체 장비는 지금도 국산화율(20%)이 낮은 분야로 꼽힌다.



늦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마우지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야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도 국산화 비중과 경쟁력을 높이자고 주문한다.

상대적으로 부품 국산화율이 높다고 평가받는 자동차 업계의 경우도 미래 친환경차 등에 대한 국산화율을 더 높여 위기를 기회로 가져갈 수 있단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소전기차 주요 부품 등을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번 상황을 토대로 자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최근 부품·소재에 대한 예산 투입 등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관건은 지속 가능성, 정책 일관성이다. 이번에도 'R&D(연구·개발) 인프라 확충'과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말로만 되풀이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해법은 이미 정해져 있다. 오래 방치해 둔 '가마우지 경제'의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곧바로 실행에 나서야 한다.
이건희 기자수첩 / 사진제공=이건희이건희 기자수첩 / 사진제공=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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