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추락…' 미·중 무역분쟁, 언제까지 악재일까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9.07.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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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전략]노출된 악재에 또다시 1% 가까이 추락…커진 변동성 잠재우기 위한 '선제적 금리인하' 목소리도

'또 추락…' 미·중 무역분쟁, 언제까지 악재일까


국내 증시가 또다시 추락했다. 악재는 이미 1년 가까이 지속 돼 온 미·중 무역분쟁이다. 노출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는 증시 격언을 보기 좋게 빗나가는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은 언제까지 한국 증시의 최대 악재 노릇을 할까.

17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8.95포인트(0.91%) 떨어진 2072.92에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에 장 중 한때 낙폭이 1.3%까지 커지면서 206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장까지도 '팔자'세를 지속하던 외국인들이 막판 328억원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2070선은 사수했다.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는 8203계약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증시가 출렁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급등, 전일 대비 3.7원 오른 1181.3원에 마감했다.



그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세를 이어오던 외국인들이 흔들린 것은 미·중 무역분쟁 확산 우려 탓이다. 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은 갈 길이 멀다"고 발언한데 이어 대 중국 무역적자를 언급하며 "시진핑과의 관계가 예전만큼 가깝지 않다"고도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테이블에 앉은지 보름여 만에 또다시 협상이 삐걱댈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뉴욕증시도 사흘째 이어가던 사상 최고치 랠리를 멈췄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감소한 와중에 미·중 무역분쟁 우려로 외국인의 대량 선물 매도가 출회되자 낙폭이 더욱 확대됐었다"며 "그러나 중국 증시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 및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 전환하면서 국내 증시 낙폭도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는 리커창 총리의 경기 부양책 관련 발언 이후 잠시 반등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현재 0.2%대 하락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이슈는 해묵은 이슈다. 글로벌 증시는 이미 지난해 10월 미·중 무역분쟁 이슈로 폭락장을 경험한 바 있다. 노출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지만, 이번은 예외다. 한국 증시 변동성이 워낙 커진 탓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 경제 특성상 미·중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최근에는 일본의 수출규제도 시작됐다. 불확실성이 커진 증시는 호재에는 둔감하고 악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부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변동성 커진 증시의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오는 18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하 결정이 나오길 기대한다. 미국처럼 경기 둔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보험적 성격'의 금리 인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연방준비위원회·Fed) 의장이 이미 금리 인하 쐐기를 박은 상황이어서 한국은행 운신의 폭도 넓어진 상태다.


나중혁 하나금투 연구원은 "오는 7월 FOMC 금리 인하가 기정 사실화되면서 부담이 제거된 마당에 금통위의 과감한 결정은 국내 시장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5월 금통위 이후 국내 물가는 여전히 0%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수출증가율도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는 등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한국 경제는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지속 악화되고 있다"며 "미·중 및 한일 무역분쟁에 대한 대응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현재 예정된 추경 등을 생각한다면 7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음 주 발표될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약발이 먹히려면 7월 선제적 인하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여전히 8월 인하론이 힘을 받는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냈고, 신인석 위원이 인하 의견을 내겠다고 예고한 상태인 만큼 이번 회의에선 금통위원 7명 중 2명이 금리 인하에 찬성하고, 실제 금리 인하는 8월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에서는 경제 전망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준금리는 동결하는 가운데 소수의견이 2명으로 확대되면서 추후 기준금리 인하 기반을 마련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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