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타' 메릴린치 80조 거래 수탁에 제재금 1억7500만원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9.07.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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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시타델증권 2200억원 매매차익 실현으로 추정

삽화_주식4 / 사진=임종철삽화_주식4 / 사진=임종철


한국거래소가 '초단타 매매'로 논란을 일으킨 메릴린치에 대해 회원제재금 1억75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허수성주문 수탁을 금지하는 시장감시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는 초단타 매매로 대형 금융기관이 제재를 받는 첫 사례가 됐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16일 메릴린치에 대해 허수성주문 수탁을 금지하는 시장감시규정 4조제3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회원제재금 1억75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허수성주문은 일반 매수세를 유인해 높은 가격에 자신의 보유물량을 처분한 후 해당 매수주문은 취소하는 전형적인 공정거래질서 저해행위를 말한다.



거래소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특정 종목을 선정한 뒤 최우선매도호가의 잔량을 소진하는 방법으로 호가 공백을 만들어 일반 매수세를 유인하고, 허수성 호가를 제출하는 한편 보유 물량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획득한 뒤 기제출된 허수성호가를 취소하는 방법을 반복했다.

메릴린치는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시타델증권로부터 430개 종목에 대해 6220회(900만주, 847억원)의 허수성주문을 수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수법으로 메릴린치는 약 80조원의 거래를 수탁했고, 시타델증권은 2200억원의 매매차익을 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메릴린치는 2017년 10월부터 자체 모니터링시스템에 시타델증권의 허수성 주문이 적출되고 있음을 인지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후 2017년 11월 거래소가 시타델증권 계좌를 적시해 감리대상 예상계좌로 선정됐다고 통보했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장감시위원회는 "이번 제재조치가 DMA(직접주문접속)를 이용한 알고리즘 매매주문의 수탁행위에 대해 회원의 주의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시타델증권사의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위반소지에 대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메릴린치 창구를 이용해 대규모 단타 거래가 이뤄지고, 그에 따른 소액투자자 불만이 고조되자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메릴린치의 DMA 시스템을 통해 대규모 자금이 단타 매매로 오가는 것으로 파악했다.


업종과 시가총액 규모를 가리지 않고 짧은 시간 매수-매도 주문을 통해 1~2%가량 수익을 취하는 전략이다. 대형주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거래량이 적은 코스닥 소형까지 단타가 이뤄져 주가가 요동쳤다.

거래소는 그동안 메릴린치의 거래 행태가 시장감시규정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조사를 벌여왔다. 거래소는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해당 위탁자 계좌의 주문과 매매 행태를 감수에 착수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메릴린치 증권 서울지점을 직접 찾아 감리를 실시했다.

거래소는 지난달 시장감시위원회를 열고 제재 조치를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메릴린치 측의 요청으로 한 번 더 소명 기회를 주기 위해 결정을 연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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