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국민연금의 인력난이 심각한 이유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9.07.16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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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만원의 이주지원비가 끊겼는데, 직원 채용이 더 어려워지고 이탈은 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 자주 회자 되는 말이다. 지난 3월 2년 간 국민연금의 직원들에게 매달 지급된 본사 전주 이주지원비가 중단된 것을 두고서다. 국민연금의 전문인력 유인책이 마땅치 않아 소규모 직원 지원금 중단에도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690조원 규모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국내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인력난이라니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2017년 2월 국민연금 본사의 전주 이전으로 2016년부터 본격화된 기금운용본부의 인력난은 3년이 훌쩍 지났지만 현재 진행형이다. 입맛에 맞는 전문인력을 채용하기도 어렵고 어렵사리 뽑아도 금세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빈번하다.



실제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월부터 진행된 올해 제1차 기금운용 경력직 공개모집에서 당초 채용 예정인원인 36명을 채우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자산운용사 한 대표는 "기금운용본부가 지난해 이후 주요 투자처인 주식, 채권의 직접투자, 위탁운용 등 경력직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과거 서울 강남의 신사동 본사 시절 누구나 선망하던 직장이던 시절은 이제 추억이 됐다.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자부심은 낮아져 인력난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인력난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방 근무 기피 현상 때문이다. 본사가 전주로 이전하면서 수도권 거주 비중이 절대적인 전문인력들이 가족과 떨어져 수도권과 전주, 두집 살림과 이에 따른 비용 부담, 업무상 어려움 등 현실적인 문제로 근무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문인력의 마음을 돌릴 만한 유인책은 마땅치 않다. 기금운용본부의 파격적인 직원 급여 인상은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심사 과정에서 공기업 예산과 형평성을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에 막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인력의 글로벌 투자자 미팅이 크게 줄면서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 접근성이 줄어드는 업무상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 마련도 답보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기금운용본부의 인력난이 국민연금의 운용 전문성 약화로 이어져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일 국민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이 마이너스(-0.92%)로 확정되자 "전문성 약화로 직접 운용은 물론 위탁 운용 부문에서 운용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 게 수익률 하락을 부추겼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인력난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길게는 30년 안팎의 기간동안 착실하게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선량한 국민들은 연금 수익이 떨어지는 만큼 연금 소진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고령화 시대 안락한 노후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의 인력난이 심각한 문제인 것도 이 때문이다.

[우보세]국민연금의 인력난이 심각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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