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도 설화수 쓰는 상하이 한복판서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상하이(중국)=양성희 기자 2019.07.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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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비상하는 K스타일⑥아모레퍼시픽]1992년부터 中 진출 후 매년 두자리수 성장… 연구·생산·물류 통합시스템 강점

편집자주 K팝과 K푸드, K뷰티, K패션 등 'K스타일'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K스타일의 신시장으로 떠올랐고, 사드사태 이후 주춤하던 중국에서도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도전은 지속되고 있다. 기존 교민이나 일부 마니아층을 겨낭한 소량 수출을 벗어나 맞춤형 시장분석과, 현지 생산 및 판매기반 확충을 통해 K스타일의 글로벌 대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에서 맹활약하는 K스타일 기업들의 노력과 성과를 생생한 현장 취재를 통해 조명해본다. 

중국 상하이 난징동루 중심가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사진=양성희 기자중국 상하이 난징동루 중심가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사진=양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이니스프리입니다." 11일 오후 중국 상하이 난징동루 한복판 이니스프리 매장에 들어서자 익숙한 인사말이 들렸다. 평일에도 월드컵 거리응원 인파를 방불케할 정도로 수많은 젊은이가 모이는 곳이다. 그 중심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은 '만남의 광장'으로 통한다. 평일 오후 4시인 데도 샘플 증정 머신 앞엔 13명이, 계산대 앞엔 6명이 줄을 설 정도로 북적였다. 2층 카페는 만석이었다.

#"칭 허 이뻬이 런션차?"(인삼차 한잔 드릴까요?) 같은 날 중국 상하이 난징시루 타이구후이 쇼핑몰에 위치한 설화수 매장에서는 인삼차를 권했다. 인삼은 설화수의 주요 원료 중 하나다. 윤조에센스 등 600위안(한화 약 10만3000원)이 훌쩍 넘는 고가 제품으로 손 마사지도 해줬다. 브랜드를 온몸으로 체험하라는 취지에서 마련된 방문고객 서비스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한 20대 직장인 2명은 중국의 카카오톡 '위챗'을 통해 샘플을 받아갔다.



중국 상하이 난징시루 타이구후이 쇼핑몰에 입점한 설화수 매장에서는 윤조에센스 등 대표 제품으로 손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한다./사진=양성희 기자 중국 상하이 난징시루 타이구후이 쇼핑몰에 입점한 설화수 매장에서는 윤조에센스 등 대표 제품으로 손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한다./사진=양성희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992년 일찍이 상륙한 중국에서 대표 주자 이니스프리와 설화수를 앞세워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중소(3~4선)도시에도 진출한 이니스프리의 경우 1분기 기준 매장 수가 542개다. 고급 백화점, 쇼핑몰 위주로 입점한 설화수는 176개의 매장을 보유했다. 이 밖에도 라네즈, 마몽드 등 모두 9개 브랜드를 통해 매년 두 자리 수 성장세를 잇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에서 연구·생산·물류 통합 시스템을 갖춘, 손꼽히는 글로벌 뷰티기업이다.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뷰티사업장' 면적은 축구장 12배 규모인 9만2787㎡(약 2만8100평)에 달하고, 생산능력은 1억개 수준이다. 설화수, 헤라 등은 주로 한국에서 들여오지만 마몽드와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일부 제품은 현지에서 생산한다. 평균 3~4일이면 중국 전역에 배송 가능하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11일 오전 상하이 쟈딩구에 위치한 뷰티사업장을 방문해 연구, 생산 현장을 살펴봤다. 연구소는 실험실과 사무공간에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현지인 비중이 90%로 구성된 연구원들은 시시때때로 테스트를 벌였다. 연구인력 대부분은 주요 고객층과 마찬가지로 2030세대에 속한다. 원하는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데 최적화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연구소는 현재 '안티에이징'(항노화)과 '미세먼지'를 키워드로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25세 전후 젊은층의 최대 관심사는 '초로'(初老)다. 미래 피부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 세대다. 국내에선 30·40대 이상이 즐겨찾는 설화수도 중국에서는 25세 전후 고객의 수가 가장 많다. 미세먼지의 경우 여드름, 주름 등 각종 피부 문제를 유발하는 탓에 어떤 성분이 피부에 부착되는지부터 단계적으로 연구를 벌이고 있다.

생산 공장은 스킨케어 제품을 다루는 1기 공장과 메이크업 제품을 취급하는 2기 공장으로 분류된다. 2기 공장에선 파우더와 쿠션의 생산량이 가장 많았다. 용기에 내용물을 담는 시설과 제품 포장을 하는 시설은 철저하게 다른 공간으로 분리됐다. 포장 종이가 내용물에 섞이는 불상사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한 것이다. 모든 과정을 거쳐 탄생한 완성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언제, 어디서 생산해 어느 매장으로 배송됐는지 여부가 한눈에 확인됐다.


연재호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연구소장(R&I센터장)은 이 모든 과정을 '신뢰'로 설명했다. 그는 "14억 인구가 뛰는 플레이그라운드에서는 불확실성을 미리 줄여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화장품이 젊은 세대에서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일용소비재)로 분류된 만큼 가격, 품질만으론 경쟁할 수 없고 그 이상의 만족을 줘야 한다"면서 "투자하기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도 중요하다. 이니스프리는 제주를 기반으로 한 자연주의 콘셉트가, 설화수는 인삼 등 믿을 수 있는 한방 원료를 소재로 쓰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중국 소비자에게 통했다. 설화수 매장에서는 한약방 냄새가 풍길 만큼 한방 원료를 직접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연 소장은 "중국에서 규모 있는 식당에 가면 요리하기 전에 자라 등 재료를 직접 가져와서 보여준다"며 "이처럼 믿을만한 스토리를 입증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을 중심국가로 두면서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Asian Beauty Creator)'를 소명으로 삼고 지난해 말 기준 모두 18개국에 진출했다. 2025년까지 50개국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엔 호주, 필리핀, 중동 시장에 새롭게 진입했고 올해는 러시아 시장에 신규 진출한다. 설화수와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 이니스프리는 '글로벌 5대 챔피언' 브랜드다.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서도 꾸준한 성장을 이뤄 지난해 해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704억원, 2067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 쟈딩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뷰티사업장'/사진=양성희 기자 중국 상하이 쟈딩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뷰티사업장'/사진=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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