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밑빠진 독'은 버린다… 국유기업 달러채 '디폴트'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2.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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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외환위기 후 첫 달러채 디폴트…
리커창 "대출 급증, 새로운 위험" 경고

중국 칭하이성 산하 알루미늄 생산 기업인 칭하이성투자그룹(QPIG) 회사 로고. /사진=바이두중국 칭하이성 산하 알루미늄 생산 기업인 칭하이성투자그룹(QPIG) 회사 로고. /사진=바이두


중국 국유기업의 달러 표시채권이 20여 년만에 디폴트(채무불이행) 되면서 투자자 우려가 커졌다. 중국 정부의 지원 의지에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칭하이성 산하 알루미늄 생산 기업인 칭하이성투자그룹(QPIG)은 지난 22일 만기가 돌아온 3억달러(약 3356억원) 규모의 달러채 이표(이자)를 내지 못했다. 이번 이표는 지급 유예기간이 없어 사실상 디폴트나 다름없다. 중국 국유기업이 역외 시장에서 채무상환에 실패한 것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광둥국제신탁투자(GITIC) 이후 처음이다. QPIG는 25일 만기가 돌아온 1년짜리 위안화 채권도 막지 못했다.



QPIG는 지난해부터 중국 국유기업들이 역외 시장에서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 당국의 지원 의지를 시험할 가늠자로 여겨져 왔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QPIG가 정부의 지원으로 부채 충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며 '관찰 대상'에서 제외할 정도였다.

블룸버그는 QPIG 디폴트에 대해 "과잉 생산 문제를 겪는 산업에서 부채 비율이 높은 국영기업을 도우려는 중국 당국의 의지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 지도부는 최근 회의에서 인프라 건설 및 금융지원 확대 등의 경기 부양 정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구조조정과 부채 감축을 통해 금융 위험을 낮추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임을 강조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20일 열린 국무원 회의에서 중국의 지난달 신규 대출 규모가 3조2300억위안(약 539조원)으로 전달보다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을 거론하며 "단기 대출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 "아비트리지(시세 차이를 이용한 차익 거래)를 유발하고, 유휴자본을 늘릴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잠재적 위험까지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은 좋지만, 금융 안정성을 지킬 수 있는 적정선은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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