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한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왔다. 마이너스 통장은 어떤가. 제일 신용등급이 좋은 월급쟁이들을 상대로 한다. 현실에 안주하다 보니 혁신 의지를 거세당했다. 결제시스템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예금자 보호까지 받지 않나. 땅 집고 헤엄치며 돈을 쌓아놓을 뿐 어떻게 쓸지 모른다. 혁신 기업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냉·온탕을 오가는 정권의 정책과 맞물려 부동산 거품만 잔뜩 만들었다. 순이자 마진(NIM)도 1.7% 언저리를 오갈 뿐이다.
반면 발행 어음은 어떤가. 기업 대출을 자신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은행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하지만 당국의 규제 완화 의지를 꺾지 못했다. 결국 증권사에 운용이 허용됐다. 초대형 IB(투자은행) 입장에서 보면 발행 어음 마진은 1%가 채 안 된다. 발행 초기 단계인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어쨌든 이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거의 다 기업으로 간다고 봐야 한다. 결국 생산적인 자금의 흐름이나 혁신의 관점에서 볼 때 시중은행이나 인터넷 은행보다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발행 어음은 자본시장을 통한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자금 활용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행 어음에 가입한 고객에게 내줘야 할 금리는 2%가 넘는다. 그만큼 증권사가 수수료를 덜 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에 반해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을 운용할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작부터 역마진이 나는 상황에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기업에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는 도입 취지에 맞게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뱅크런(Bank Run·대규모 인출 사태)과 같은 극단적 상황이 아닌 이상 유동성을 20%까지 가져갈 이유가 없다. 초대형 IB의 신용을 인정한다면 유동성 비중을 더 낮출 수 있다. 국채나 통안채에 투자할 자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 가야 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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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의 경우 전체 자금의 3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부동산도 공장 부지·관광단지 개발 등 생산적인 부동산이 있고 거품을 일으키는 부동산이 있다. 규제 차등화가 필요하다.
발행어음만 놓고 봐도 시중은행보다 자본시장이 훨씬 효율적이다. 자본시장법 개정과 함께 증권사들의 노력이 더해졌다. 지금으로선 금융업 중 증권사만큼 수입 다변화가 잘 돼 있는 곳을 찾을 수 없다. 대형사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40%까지 내려왔고, IB 트레이딩이 50%까지 올라오는 곳도 있다.
혁신은 결국 규제 완화의 결과물이다. 증권사를 자본 투기꾼으로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자본시장 육성을 경제성장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