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오후 3시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 43년 살고 있는 김모씨(86·여)가 쪽방 앞 의자에 앉아있다. /사진=최동수 기자
이씨가 사는 공간은 판자촌 쪽방 속 쪽방.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무등록·무허가 방이다. 구청에서 관리하는 문 앞 2평 남짓 공간은 86세 노모 김모씨와 정신장애를 가진 56세 큰 형의 공간이다.
이씨처럼 1980~1990년대 가난에 쫓겨 판자촌에 정착한 사람들은 판자촌 구석 쪽방까지 밀려나 있었다.
노모 김씨는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방을 나와 골목 지붕 아래 그늘에 앉았다. 김씨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선풍기 바람을 직접 맞으면 살이 시리도록 아리다"며 "너무 더울 땐 수돗물을 받아 놓고 아들과 서로 끼얹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오후 3시30분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 43년 살고 있는 김모씨(86·여)가 쪽방 구석 막내아들 이모씨(45)가 살고 있는 방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최동수 기자
찜통더위가 수그러들면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호우와의 사투도 있다. 개포동 구룡산 산 밑에 위치한 구룡마을은 배수가 잘 안돼 집중 호우가 내리면 골목과 방안으로 물이 찬다. 지붕은 천과 비닐로 덮여 있어 물이 자주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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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구룡마을에 사는 서모씨(58)는 "3년 전쯤 장마로 방에 물이 무릎까지 찬 적이 있다"며 "매년 지붕을 수리해야 하는데 올해는 허리가 아파서 지붕 위로 올라가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화재 위험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구룡마을은 어른 한 명이 겨우 다닐 만한 통로를 사이에 두고 판잣집 수십 채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지붕을 덮은 천과 벽을 둘러싼 비닐, 쪽방 중간중간 쌓인 쓰레기 더미는 불이 순식간에 붙는 가연성 물질이다.
30년 전 아이들을 데리고 구룡마을을 찾은 부모들은 이제 70~80대 노인이 됐다. 수십년 전 비닐하우스, 지하 단칸방을 전전하다 판자촌까지 떠밀려 왔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노모 김씨는 "기초연금 30만원 가지고 다 큰 아들 2명을 먹여 살리고 있다"며 "무슨 전생에 죄가 그렇게도 많은지 이렇게 고통을 받는 삶은 살고 있는지……"라고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