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에 '김치 테러'"…일본차 주인들 불안감 고조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9.07.08 17:52
글자크기

반일감정 추정 일본차 파손 피해 사례 동호회에 올라와…"스트레스로 계약 망설여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중학동 전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브랜드를 붙힌 박스를 밟고 있다. 이 자료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성은 없음./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중학동 전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브랜드를 붙힌 박스를 밟고 있다. 이 자료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성은 없음./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일본 경제 보복 이슈 쓰나미가 덮친 지난 주말. 대구광역시에서 한 일본산 고급 브랜드 자동차를 모는 A씨가 낭패를 겪었다. 주차장에 가보니 세워뒀던 자신의 차가 김치 오물로 뒤덮여 있었던 것. 당황한 A씨는 일본차 동호회에 피해 사례를 알리고, 경찰에 신고하고 나섰다.

'한일 경제 전쟁' 이후 일본차 차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경제 보복에 맞대응하려는 일부 시민들의 '보이콧 재팬'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A씨 피해와 같은 극단적 사건·사고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각종 일본차 동호회에는 자신의 차에 최근 갑자기 생긴 스크래치나 타이어 펑크 사진 등 반일 감정에 따른 '테러'로 추정하는 게시물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혼란한 시기를 틈타 관심을 끌기 위해 조작된 사례를 올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수의 일본차 차주들은 "이 같은 일을 신경 써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는 호소도 나온다.



2015년 '디젤 게이트' 사태 이후 국내에서도 친환경적이고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이나 가솔린 모델 비중이 높은 일본차(토요타·렉서스·혼다·닛산·인피니티) 판매가 상대적으로 호조세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동호회원 B씨는 "차는 차일 뿐인데 왜 국가 간 감정의 희생양이 돼야 하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일본차 계약을 마쳤거나 계약을 앞두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도 고민을 상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일본차 동호회 회원 C씨는 "지난달 말 차량 계약을 했는데 추후 서비스나 부품 수급과 관련해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며 "차량 자체의 선택에는 후회가 없을 것 같은데, 주변 시선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업계에선 최근 피해 사례들이 경제 보복 사태와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지 규명해야 하나, 타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인 만큼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이번 경제 보복 이슈는 우리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해야지 불매운동 등으로 풀 수 있을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본 차량 파손 등의 행위는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