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직장갑질119와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열린 갑질금지법 국회 조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갑질 피해자들이 그림이 그려진 종이봉투로 얼굴을 가린채 피해사례를 밝히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견기업들은 이미 시행안에 맞춰 회사규정 개정을 마쳤다. 문제가 발생 시 처리를 위한 자체 프로세스도 갖췄다. 일단 기존에 운영하던 임직원 고충 상담실이나 온라인센터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한 렌탈가전업체 관계자는 "이전까지 별 생각 없이 한 말과 행동들이 다른 직원은 괴롭힘으로 느낄 수 있으니 더 조심하게 될 것"이라며 "최근 들어 성인지 감수성이 크게 바뀐 것처럼 사내문화 개선에도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가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성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처벌 규정뿐 아니라 인식 자체가 크게 개선된 것처럼 직장 내 괴롭힘도 초기에는 당사자조차 피해를 받은 건지 아닌지 긴가민가했던 부분들이 점차 개선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도 나왔다. 불법 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이 애매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 회사의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법이지만, 실제로 어떻게 적용하고 어디까지를 괴롭힘의 대상으로 판단할지 현장에서는 판단하기에 모호한 부분이 많아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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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적용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오락가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헬스케어기기업체 관계자는 "같은 말이나 행동도 팀 분위기나 성격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게 다 달라서 명확한 규정을 세우기가 애초에 어려울 것 같다"며 "어떤 때는 괜찮고 다른 때는 규정 위반이라고 하면 제도가 안착도 하기 전에 혼란만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무 형태가 기존 기업들과 다르고 사내문화도 상대적으로 수평적이어서다. 상당수가 호칭부터 직급없이 이름으로만 부르는 식이다.
다만 스타트업들도 조직이 커질수록 사내문화가 변질될 우려는 남아 있다. 지난해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셀레브'의 임상훈 대표의 갑질·성희롱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신선식품 유통업체 대표는 "초창기 2~3명이서 같이 일할 때부터 같이 회사를 성장시켜온 동료들이라는 의식이 크기 때문에 '갑질' 같은 괴롭힘이 생길 부분이 적다"며 "다만 조직이 커질수록 인사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사례들을 보면서 시스템을 변화시켜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