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트럼프의 "땡큐"가 남긴 것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9.07.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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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 화웨이 전선' 동참 압박이 빠진 자리에 "땡큐"가 있었다. 구체적 '청구서'를 내민 대신 대기업 총수 한 명 한 명을 거명하며 '천재 사업가'(business genius)라고 추켜세웠다. 잔뜩 긴장했던 재계에 트럼프의 "땡큐"는 반전이었다.

그의 방한 하루 전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해 화웨이 압박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관세를 예봉 삼아 자동차, 철강, 태양광, 세탁기 등에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구현한 트럼프였기에 재계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트럼프의 "땡큐"가 재계에는 그의 북한 월경 만큼이나 놀라웠던 이유다. 당장 재계 일각에서는 "훈훈하게 회동이 마무리돼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리는' 시각으로 하얏트 회동을 복기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내년 미국 대선을 1년 앞두고 트럼프의 이번 방한이 성사된 때문이다. 남은 1년간 트럼프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특히 경제 측면에서는 보호무역 압박을 통해 미국에 유치한 투자 성과가 대단했다는 점을 유권자에게 과시해야 한다.



하얏트 회동에서 그가 정색하며 투자 청구서를 들이밀었다면, 그 자체로 미국민들에게는 지난 3년간 신고립주의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빨아들인 투자가 아직 충분치 못하다는 인상만 남겼을 것이다. 때문에 트럼프의 "땡큐"는 자화자찬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하얏트에서 한국 기업인들을 추켜 세우며 연설한 시간은 약 20분이었다. 반면, 그가 기업인들과 '대화'를 진지하게 나눈 시간은 사실상 없었다는 후문이 나온다. 어쩌면 각본, 연출, 주연 트럼프의 '하얏트 리얼리티 쇼'였을지 모른다. 주요 시청자는 태평양 건너 미국에 있었다.
[기자수첩]트럼프의 "땡큐"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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