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압박 대신 "땡큐"…훈훈했던 트럼프·재계 하얏트 회동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9.06.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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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에 투자해줘 감사…더 적극적으로 투자해 달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30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간담회를 위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30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간담회를 위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


우려했던 '반(反) 화웨이 전선' 동참 압박은 없었다. 대신 참석한 총수들을 1명씩 일으켜 세우며 그들의 미국 투자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재계인들의 '하얏트 회동'은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다만, "미국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 달라"는 말을 남겨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여전하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244,000원 ▼3,000 -1.21%)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156,900원 ▼6,500 -3.98%)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간담회를 한 뒤 "한국의 대기업 총수들이 미국에 투자해줘 감사하다"며 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에 대한 감사와 칭찬에 발언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많이 투자했고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며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 강조했다.

반 화웨에 전선 구축 관련 발언은 없었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번 그의 방한을 앞두고 이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됐었다



트럼프와 재계인들과의 회동은 그의 2017년 11월 방한 이후 2번째였다. 현지 투자 촉구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다. 바뀐 점이 있다면, 미중 무역전쟁 심화였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화웨이와의 거래 금지를 직접적으로 요구할 경우 중국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재계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양국이 중단된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하며 이와 관련된 재계 부담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이날 '하얏트 회동'에서 트럼프가 실제로 어떤 말을 꺼내는지가 확인돼야 했었다. 우려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회동 분위기는 훈훈했다.

대신 트럼프는 대미 투자 관련, 개별 기업 하나하나를 칭찬했다. "현대, 삼성, CJ, 두산, SK를 이끄는 훌륭한 리더가 자리에 함께했다"며 대기업 총수를 1명씩 차례로 일으켜 세운 뒤 "제가 언급한 기업들은 미국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직접 거명, 일으켜 세우며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했는데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최근 미국에 준공한 롯데케미칼의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 에틸렌 공장 투자 관련인데, 트럼프는 지난 달 이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신 회장을 백악관에 초청하기도 했었다. 롯데는 해당 투자로 미국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운영하는 첫 한국 기업이 됐다.

그가 이날 회동에서 트럼프가 감사의 뜻을 표한 기업 중 SK도 최근 현지 투자가 두드러진 곳이었다.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이 현재 미국 조지아에서 2022년 양산을 목표로 배터리 공장을 건설중인데, 이미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투자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 투자 규모가 최대 50억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을 지난해 11월 미국 방한 시 내비친 적도 있다.

재계 투톱인 삼성과 현대차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다. 트럼프는 "자동차산업 관련해서도 미국에 많은 공장을 만들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삼성 본사 건물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며 "건물을 세우는 과정에서 어떤 자재를 쓰고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다를 수 있는데 삼성과 롯데 두 기업의 건물을 보면서 정말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약 2조원을 투자해 미국 식품업체 쉬완스컴퍼니를 인수한 CJ그룹과 미국에서 두산밥캣을 통해 건설기계 사업을 전개하는 두산그룹도 트럼프의 '감사 리스트'에 포함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감사의 뜻 전달 수준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국기업이 미국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가적인 대미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앞으로 미국 식품·유통 사업에 추가로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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