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항소 포기' 홍상수…"다시 법원 판단 받겠다"고 한 이유?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19.06.3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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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별거 길어질수록 '이혼 가능성' 높아져…혼인 '지속 의사'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실질적 파탄'도 이혼 사유 될 수 있어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혼 조정 신청 시점을 포함하면 2년 7개월여를 이어온 이혼 청구 소송에서 홍상수감독이 지난 14일 법원으로부터 '기각' 판결을 받았다.
홍 감독은 항소를 포기했다. 홍 감독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은 28일 "홍상수 감독이 작품 연출과 현재 생활에 집중하기 위해 이혼소송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원은 "혼인 생활이 완전히 종료되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사회적 여건이 갖추어지면 다시 법원의 확인을 받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홍 감독은 이미 '기각'판결이 난 이혼 청구에 대해 추후에 다시 소송을 통해 이혼을 얻어낼 수 있을까.

법률전문가들에 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혼 가능성'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별거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내 A씨 측의 '혼인 지속 의사'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별거가 계속 이어지면 혼인파탄의 원인이 홍 감독에게만 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장기간의 별거에도 아내 측이 혼인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혼인지속 의사가 없음이 명백해지고 아내 측 책임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별거 상태가 지속될수록 이혼 명분이 쌓이기 때문에 만약 나중에 다시 이혼 청구가 법원에 제기됐을 때 아내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단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이혼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배 변호사는 "별거 기간이 길어지는데도 상대방 배우자가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해지면 결국 '오기'나 '보복적 감정'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며 "그런 경우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도 허용하는 예외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론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의 예외'를 허용해왔다. 홍 감독 이혼 청구에 대한 1심 법원에서도 "홍상수의 이혼 청구 건은 '예외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그 '예외적 사유'에 대해 "A씨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거나, 홍상수가 그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A씨와 자녀의 정신적 고통에 충분히 배려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바꿔말하면 A씨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인정되거나, 홍상수가 그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A씨와 자녀의 정신적 고통을 배려한다면 '예외적 사유'에 해당돼 유책배우자라도 법원에 의해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별거 기간이 길어질수록 홍 감독 상황이 '예외적 사유'에 해당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예외적 사유'가 인정돼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진 경우는 주로 별거 기간이 길고 연락이 끊겨 상대방에게 혼인을 유지하겠다는 적극적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법원에 의해 인정된 사례다.

현재의 상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홍 감독은 추후 이혼 청구시 '별도' 사유를 들고 나와야 한다.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는 “가사소송에선 각 이혼사유가 하나의 소송물이 된다”며 “나중에 이혼청구 소송을 다시 제기하기 위해선 별도의 사유가 있어야 하고 시간이 흐르면 홍 감독 아내 A씨의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몇 년 안으로 아예 대법원이 '유책주의'를 버리고 '파탄주의' 판결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마지막으로 '유책주의 유지'를 선언했던 판결에서도 대법관들 판단은 팽팽했다.

주심인 김용덕 전 대법관 등 6명은 결혼관계의 실질적 파탄만으로도 이혼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파탄주의'에 손을 들어줬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이 다수로 기존 유책주의를 고수했다. 대법관 구성도 진보 성향으로 대폭 바뀌었기 때문에 '파탄주의'가 인정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각엔선 홍 감독이 항소를 거쳐 대법원까지 간다면 '파탄주의' 판결을 끌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는 유사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 판결을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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